글을 못 쓰겠더라

by Peach못한

사실 요 며칠 몸이 좋지 않았다.

간혹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기는 하다만

두통에 구토에 핑 도는 어지러움까지 한 번에 찾아오니, 약을 먹어도 견디기 힘었다.

며칠을 끙끙 앓으며 보냈다.

오프라인 일기도 밀렸다.

과거처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기분이 썩 아름답지는 못했다.

그래서 카페.

대뇌 주름 사이사이를 더듬어 가며 밀린 일기를 써 본다.


안 아플 때 뭘 먹었더라 - 갤러리도 열어 본다.

아 그래, 이런 걸 먹었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 필사를 하러 갔었다.

평소처럼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으며 다이어리에 글귀를 적다가, 모르는 것은 챗GPT와 대화도 하다가 기분이 왠지 꼬깃해졌다.

기분 전환 겸 현대시 파트 쪽을 괜히 서성거렸다.

그냥 딱 눈에 띄는 시집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을 뽑아 들고 자리에 앉았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알던 세계가 무너졌었다.

무서웠다.

이게 프로의 글이구나.

며칠간 책을 읽지도, 끄적이지도 못했었다.

그냥 다 두려웠다.

얇은 시집 안에는 심해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시집의 두께보다도 얄팍했다.



사실 꽤 오랫동안 그래 왔다.

무서웠다.

내가 무언가를 쓴다는 게 부끄러웠다.

모든 글을 다 지우고 숨고 싶었다.


내가 끄적거려 놓은 것들은

그냥 접싯물이었다.

내 글도 심해가 될 수 있을까.

바닥까지 너무 투명히 보이는

손가락 한 마디 겨우 담길만한 이 세계가 깊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커져 가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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