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는 뚜벅뚜벅_강화도 나들이(상)

다시, 렛츠고

by Peach못한
이제 봄이 올 테니 나도 움츠렸던 어깨를 펴야지


어느 날 아침.

전날 미리 생각해 두었던 당일치기 여행지를 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작년 한 해 동안 (나름) 열심히 다녔던 스탬프투어, 2026 버전 다시 렛츠 고.


겨우내 너무 웅크리고 있었는가, 몸은 살짝 찌뿌둥했고

창문은 그런 나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거무튀튀했다.


요새 아주 조금 울적했었다.

생각으로 머리가 터져 나갈 것 같던 각성 상태가 너무 익숙했던가보다. 요즘 내 모습이 참 낯설고, '과연 내가 이래도 되나' 싶더라.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같았으면 버스를 타자마자 하고픈 말이 솟구쳐 나와 타이핑을 하느라 바빴을 텐데.

아무리 무언가를 끄집어 내려 창 밖을 뚫어져라 바라보아도, 그냥 희뿌연 무언가가 안개처럼 몽글몽글 돌아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이러다 영영 생각을 못 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지.'

왠지 착잡져 왔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어느덧 강화 터미널에 도착.

포항에서 보았던 버스 터미널과 살짝 비슷한 느낌이었다.

기사분들께서는 운행을 마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타시는 듯했다.


부랴부랴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니, 내가 타야 할 30번 버스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혹시 강화 역사박물관 가나요?"

버스를 탈 때는, 반드시 목적지를 체크해야 한다 - 작년 11월 포항 나들이 때 그걸 아주 확실히 배웠다.


어르신들께서 탑승하시며 카드를 찍는데, 언가 색다른 멘트가 들렸다.

"어서 타시죠(?)"

... 응?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만 70세 이상 강화 거주 어르신 분들께서 쓰시는 '어서 타시겨 교통카드'를 찍으면 나는 소리라고 한다.


'어서 오시겨'는 '어서 오세요'의 강화도 방언.

즉, '어서 타시겨'는 '어서 타세요'라는 뜻인 걸까?

왠지 재미있는 표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겹기도 하고.


열심히 버스 안내음성을 듣고 있는데, 그보다 더 큼직한 기사님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안 내려요?"

사실 버스 안내음이 다소 작은 데다가 발음이 살짝 흐려서 혼신의 힘을 다하느라 살짝 지쳐있었다.

목적지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결국 놓칠 뻔했다.


'큰일 날 뻔했다, 이따가 다시 버스를 탈 때는 더 주의해야지.'


고인돌 영접, 국가 유산 방문자 여권 콩

고인돌 마크, 그리고 강화 나들길 리본.


강화 고인돌 유적지에는, 과거에 스탬프 투어를 진행했던 듯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스탬프 투어는 11월 30일 자로 종료된 것 같지만, 다행히 도장은 남아 있기에 한번 찍어 보았다.

다른 것도 하나 더 찍으려 스탬프함을 열어 보았으나, 차마 손을 뻗기 망설여지는 비주얼에 순간 멈칫.


근처에 있는 문화 관광 해설 안내소로 향했다.

보통, 국가 유산 방문자 여권 스탬프는 안내소에 있더라.

스탬프 여권에 강화 역사박물관과 고인돌이 추가되었다!

도장을 찍던 중 자리에서 일어나 계시던 해설사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동시에 슬쩍 목례를 했다.

아마 짧은 찰나, 이런 속마음이 순간적으로 오고 갔던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가이드...'
'아 안녕하세요, 가이드는 괜찮습니다.'
'아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넵,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강화 고인돌 유적지는 생각보다도 훨씬 탁 트인 장소였는데, 내가 강아지였다면 아마 여기서 제법 신이 났을 것 같았다.


한 컷 찍자.


내친김에 강화 역사박물관으로 향해 보았다.

성인 기준 1인 3,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그 옆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까지 구경할 수 있다.

티켓은 예쁜 디자인의 것은 아니고... 팔랑이는 얇은 영수증 종이.

슬펐다.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아

강화 역사박물관에는 생각보다 정말 볼 것이 많았다.


처음에 주먹도끼 같은 크고 투박한 도구들을 사용하던 선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세세하고 뽀짝한 도구와 장신구들을 사용한다.

투박한 그릇에는 점점 세밀하고 작은 무늬가 들어가고, 항아리는 점점 얇고 둥글어지고, 돌멩이로 구슬 같은 장신구도 만든다.

생존에서 생활로 관심사가 넘어가면 심적 여유가 생기고, 그때부터 꾸미는 삶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요즘의 나도 살아남는 것보다는 행복해지는 것, 예쁜 환경에 마음이 간다.


'역시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아.'

아니,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듯(?) 인간은 마음이 편해질수록 작고 예쁜, 꾸미는 것을 좋아하게 마련이니까 - 그러면 나도 이제는 인간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는 뜻인 걸까.

어찌 되었건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었다.


귀여운 것 좋아하는 현대 인간 1명은 내친김에 굿즈샵으로 향했다 - 마그넷을 사다가 냉장고에 붙여야지!


굿즈샵으로 향하는 이 장소가 강화 역사박물관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 탁 트인 뷰, 정말 최고잖아.

다만 굿즈샵에는 거의 공룡 장난감밖에 없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도로 나와야 했다.

공룡 장난감이 있는 이유는 자연사 박물관이 함께 있어서일 것이다.

자연사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볼까 했으나, 시간을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놓치면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

결국 서둘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서 버스가 도착하길 기다리며 한 컷.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강화 터미널로 다시 이동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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