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
나는 아줌마다.
그리고 만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연애물은 전혀 읽지 않는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럼 혹시 건전한 것을 좋아하느냐?
그건 아님.
추리물, 특히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만화를 선호한다.
예능 중에서도 크라임씬이 원탑인 사람이고 말이다.
'스파이패밀리'를 만화 중에 (아직까진) 가장 좋아한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거짓으로 결성된 이들은, 사실 언제 헤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가족이다.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증거 인멸(?)에 애쓰는 모습은 가끔 애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가족 구성원들의 생각은, 리얼 가족만큼이나 끈끈하더라.
이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순간은, 거짓 정보 위에 쌓아 올린 신뢰의 탑이 무너져 버리는 순간일 테니까 말이다.
가족이라는 말이 트라우마로 남은 나는, 의외로 이런 숨은 애정이 잔잔히 드러나는 만화를 좋아한다.
너무 대놓고 따스하여 위화감 느끼는 만화보다는, 차라리 무뚝뚝하게 툭툭 감정을 뱉어 내지만 그 안에 따스함이 숨 쉬는?
난 그런 게 더 좋더라.
물론 개인적 취향이다.
어쩌면 나는 주인공 '아냐'를 통해 나의 삶을 대리만족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머리도 검정이 아닌, 보호 본능이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핑크 아니던가.
어린아이 아냐의 눈으로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고, 그 덕에 더욱 동심이 순수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나는 이 만화를 좋아한다.
스파이에 심취한 어린아이에게서 동심을 찾는 것이 말은 좀 안 되는 것 같긴 하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이 만화가 어떻게 끝이 날지 상상이 가진 않는다.
'어느 날 정체를 들켜버림 - 서로 이해하고, 서로를 위해 진짜 가족이 되어 버림'이 가장 이상적인 스토리겠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옵션으로, 완결이 나면 나는 좀 공허한 마음을 품을 것도 같고.
사실 좀 부럽기도 하다.
마냥 친절하진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며 약한 모습도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래서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 가족을 살면서 한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다.
뭐 그럴 리가 있겠냐만.
그게 안 되니 만화로 대체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상, 너무 삼천포로 빠질 것만 같은 마음에
가짜가족에 심취한 아줌마의 두서없는 주절거림을 여기서 급히 끝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