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내리는 연습

내 삶을 '안팅'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by Peach못한

요즘, 브런치의 다른 글들을 열심히 읽고 댓글로 조용히 영역 표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 관심사가 온통 '마음의 치유'에 관한 것이라, 눈에 들어오는 글들도 대부분 그렇다.


난 눈치를 많이 본다.

그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들도 많이 품었다.

- 내가 다른 이들에 비해 유독 소심한가.

- 나만 말보다 글이 편한가.

- 외롭긴 한데 막상 누군가 다가오면 슉슉거리며 경계하고, 가시를 세워 버리는 고슴도치 같은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일까.



그런데 브런치의 글을 읽다 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다.

내가 읽은 사연들을 여기에 풀 수는 없겠지만, 공감과 위안을 얻는 글들이 참 많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고슴도치가 한 마리씩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지구상의 인간이란, 어쩌면 가시 색만 다른 고슴도치가 아닐까.

유독 까칠한 날엔 가시를 세워 상처를 주고, 밤에는 그것을 자책하며 다시 가시를 눕히고.

자꾸 삐죽이 서 버리는 가시를 애써 다독이며 서로 찔리지 않게 사는 것이 삶 아닐까.


고슴도치의 배를 만져 보면 참 보드랍다.

있는 힘껏 치켜 세운 가시의 이면에는, 보송한 솜털을 가진 말랑 따뜻한 연분홍의 뱃살이 존재한다.

어쩌면 나도 말랑함을 지키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뾰족한 가시로 힘껏 방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뱃살은 인덕이라는 게 어쩜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이제까지 살아 보니, 확실히 삶이라는 것은 '경계'의 연속인 것 같다.

많이 데어서겠지.

발라당 드러누워서 여유 있게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데, 실상은 있는 힘껏 움츠린 채 바닥만 보며 킁킁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



나도 가시를 내려놓은 채 살고 싶다.

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자도 공격당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물론 오늘도 나는 있는 힘껏 거북목을 자랑하며 고개를 쑥 뺀 채로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작은 소리만 들려도 통통 튀며 슉슉거리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개를 치켜들고 기지개를 켜고, 눈을 감은 채 하품을 길게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가시를 세우는 일 없이.

그리고 미래에는 인생을 조금 더 편안히 즐기며 살고 싶다.

휴지심도 좀 껴 보고, 쳇바퀴도 굴려 보고.

달달한 드롭스도 좀 먹어 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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