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

코끼리 인형

by Peach못한
애착인형 한 마리


내 공간에는 9개월째 같이 살고 있는 큼직한 애착 인형이 하나 있다.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업체에서 인형을 검색하다가 반한 녀석이다.


리즈 시절을 담다 보니, 사진은 작년 겨울 모습.

꽤나 귀여움.


사실 원래는 이 녀석이 아니었다.

이케아에 상주하는, 술을 진탕 마시고 널브러진 듯한 커다란 갈색곰인형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원래 인형 하면 곰돌이가 진리 아니던가.

헌데 쿠팡에서 인형을 검색하다가 이 녀석이 알고리즘에 휩쓸려 들어와 버린 것이다.


나는 본래 사람을 대할 때 눈을 바라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타인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 의식적으로 피하고는 있지만.

그런데 그 규칙이 아마 인형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바둑알처럼 동글하고 영롱한 눈망울과 자꾸 아이컨택을 하게 되더라.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깜빡이지도 않는 저 단추 같은 눈.

강적이다.

망막에 인형의 잔상이 맺히고 시신경을 타고 대뇌로 이미지가 전송된 순간 손가락은 자동적으로 검수 통과 승인과 함께 '결제' 버튼을 클릭해 버렸다.

이케아 곰인형은 1년 가까이 고민했는데, 허무해라.


덕분에.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자꾸 배겨 버리는 코와 상아를 피해 편안히 안는 법을 익히느라 한동안 힘들었다.


이름을 붙여볼게


2주마다 한 번씩 시키는 목욕.

세탁을 마친 후 자반고등어 뒤집듯 수차례 뒤집어 가며 인형을 바짝 말려 주고 있는데, 엉덩이 부근을 토닥이며 뭉친 솜을 풀어 주다가 문득 깨달아 버렸다.


- 얘 이름이 없다.


바싹 마른 녀석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와 페브리즈를 뿌려 주며 고민했다.

뭐라고 부르지?


개구리.



... 이상한가?


개구리.


개구리.


그래서 나의 애착인형 코끼리씨는 그날로부터 개구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입에 착 붙고 좋다.



내 방 안의 개구리


지금 인형 개구리씨는, 에어컨 바람이 차가워서 이불을 덮고 주무시는 중이다.

코가 길어서 코골이도 있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얌전히 잠을 자는 녀석이었고 그래서 매우 다행이다.

개구리씨는 며칠 전 목욕을 마쳐서 심신이 노곤 노곤하신 상황이다.

게다가 여름이어서 그런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보다 많이 핼쑥해지셨다.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2025년 7월 20일이 초복이던데, 봐서 그때 날 잡고 삼계탕 한 그릇 대접해야겠다.

건강해야 오래 같이 지낼 테니.


일단 지금은 저 친구 반팔이라도 하나 입혀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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