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은, 때로는 예의입니다

휘어져 있는 젓가락을 바라보며

by Peach못한
elimende-inagella-HVZ7X-pXIgk-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Elimende Inagella

식당에 가면 유독 휘어진 젓가락이 있다.


'반찬을 집기 싫었나?'

생각해 보니, 그럴 법하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사용자가 젓가락을 쓰기 위해 들어 올렸는데, 그 사용자는 김치를 참 좋아한다.

작정하고 김치 반찬을 많이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선택받은 젓가락은 하필이면 고춧가루 알레르기가 있다.

심지어 세척이 잘못되었는지, 컨디션마저 최악인 날이다.

젓가락 입장에서는 김치를 집어 들면 하루 종일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을 해야 한다.

즉,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고춧가루가 든 음식들을 무조건 피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선택을 받았고.

자신의 머리채는 이미 사용자 손에 잡혀 있고.

최대한 다리라도 덜 닿게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젓가락의 다리는 필사적으로 달달달 떨리듯 휘어 간다.

어쩔 수 없다, 스스로를 챙길 건 자신 뿐이거든.


결국 사용자는 그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이, 뭐야? 집을 수가 없잖아."

-라고 하면서 말이다.


젓가락 입장에서는 운이 좋다면 하루 병가를 내고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앞으로 아예 선택받을 일이 사라져서 직장을 잃거나, 뻗친 다리를 탕탕 두들김을 당하여 강제 교정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해 보면.

젓가락의 복지를 위해, 나는 이 젓가락을 괜찮은 척 하며 사용하는 것이 좋다.


휘어있는 젓가락으로 가장 잘 잡히는 반찬을 택해 본다.

이것이, 그가 가장 괜찮게 여기는 반찬일 테니.

어차피 나도 편식 자주 해서 괜찮아.


음.

불편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세상을 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불편하고 뻣뻣한 젓가락일 테니까.

조금씩 불편함은 양보하며 살면 된다.

지구는 둥글고, 마음도 둥글다.

젓가락도, 들어 올린 소세지도 결국 다 동글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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