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의 하소연
악에 받친 습기를 듬뿍 머금었다.
나는 흑화 되고 있었다.
몸이 묵직하니 존재감이 느껴진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땀과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왜 다들 나에게만 뭐라 그래?"
이것은 언제든 통하는 만능 흑화 주술이다.
참 야속하다.
내가 문제야?
손가락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힘을 합쳐
나를 후드득 짜낸다.
마치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착취하듯.
늘 그래 왔다.
가끔은 손가락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자기들이 조금 더 하겠다고,
자기가 힘이 더 세다고.
흔하고 흔한 서열 간 다툼이다.
지겨워.
끝내 나는 탈탈 털린다.
그리고 힘이 쭉 빠진다.
어딘가에 매여버린 채 하늘을 바라본다.
공허하다, 삶이.
이 와중에
하늘이 참 푸르고 예쁘다.
모든 것을 잃고 난 다음의 현타는 좀 큰데.
나 자신을 다시 추스를 수 있을까?
삶이라는 건 참 야박하다.
모두 빨아들인다 :
- 나의 희망, 자존감, 기타 모든 것을.
감정이 바삭바삭 말라 간다.
남들은 태양을 보면 힘이 난다는데
- 길가의 민들레가 그랬었다 -
나는 태양이 참 싫다.
보들보들 촉촉하게 애써 덮어 오던
사포처럼 까끌한 본심이 드러나게 하니까.
나의 눅눅한 새벽 감성마저
뽀송이 다 마르게 하니까.
숨기고 싶은 나의 소중한,
오래된 곰팡이 핀 마음을 다 날려 버리니까.
태양은 넘사벽이다.
그리고 왠지 저 친구에게는 늘 지게 된다.
산들바람이 나를 불쌍히 여겨
이곳에서 벗어나게 도와준다면 참 좋겠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검게 흑화 된 수건이 되고 말겠어.
모두가 두 손 두 발 다 들 만큼 새카만.
... 그리고 실패.
포기란 멋지지 않으니 난 다음을 기약한다.
되고 말겠다, 흑화된 수건.
(근데 흑화된 다음엔 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