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감자탕이다

by Peach못한

머릿속 생각들이

알알이 덩어리 진 자처럼

폭폭 익어간다.


희로애락이 담긴 기억들은

각기 매콤 달콤 짭조름한 맛이 배어 있다.


그나마 슴슴한 맛들은

'그땐 그랬었지' 하며 씹어 삼킬 수 있으나

진한 매운맛은 도통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

애초에 하드코어 한 매운맛으로

삶을 세팅해 놓으면

인생을 더욱 매콤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 아까?


기억들을 솥에 담아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장을 풀어 넣고

보글보글 끓다.


슴슴한 기억들에

매콤한 맛이 스며들어

눈물 쏙 빠지는 얼큰한 탕이 된다.


감자만 있는 인생은 왠지 재미없어 보이니

날카로운 뼈가 돋친 말들도,

질척이는 시래기도 좀 넣어 본다.


좀 더 매운 인생의 맛을 위하여

청양고추도 듬뿍.


이렇게 해 놓으면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수저를 들고 다가오기 힘들 테니

소위 '온갖 사람'들이 내 삶을 터치할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를 휘저으려 하는 자들은

매운맛을 견디고

눈물을 보여야 한다.


그럼 나는 그들의 마음을

감사히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나의 바운더리에 들어오기 위하여

진심 어린 눈물을 보인 사람들이니까.


그때는 감사하면 된다.


나의 기억으로 끓인

매콤한 감자탕이

보글보글 맛있게 졸아 가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은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