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나목>을 읽다가, 그리고 무심코 눌러본 네이버 블로그 아이콘을 넘어 <주말부부에 관하여>라는
포스트 제목만 보고서, 타인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 만큼 내 감상을 글로 남기는 것 또한 스스로 가치로운 일로 여기지만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 차일피일 미루던 터에 단상을 남겨본다.
우리가 현재 주말부부라는 것을 자꾸만 잊고 살다가, 남편이 가는 일요일 밤 아쉬운 그 순간, 딱 느끼다가
또 월요일 아침에 까먹고 지내다가 금요일 오후에 그가 돌아왔을 때까지도 시큰둥하다가, 또 딱, 일요일 밤이
되면 다시금 체감한다.
어제,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말했다.
지금 이거 빨리 먹자, 그래야 내가 정리라도 해놓고 가주지.
아니 오빠, 내가 집에 있는데 그렇게까지 다 안해줘도 돼.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내가 오늘 밤에 해도 되고
내일 오전에 해도 되니까 그냥 둬.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으니까 그러지.
화이트 와인을 마시면서 빈둥거리는 와이프를 뒤로 하고 조용히 들어간 주방에서 한참을 복작복작 거리던
남편은 돌아와서 무심하게 귀띔해준다.
식기세척기에 넣기만 하면 돼.
그러고선 내 다리를 주물러 주다가 두시간 반을 이동해서 돌아가야 하는 일터로 향했다.
평소에도 아내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이 다리 마사지해준다는 본인의 제안을 두어번 가볍게 거절하고는 못 이기는 척 냅다 엎드리고는 태연히 받는 나를 보면서, 자기는 진짜 거절을 안하네, 하고 눙을 치는 거다.
그래서 나는, 난 좋으면 받고 싫으면 안 받고, 내가 해줄 것만 말하고, 예의상 말하는 건 못하겠고그 렇더라.
이런 건 사회생활 못하는거지? 하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진지하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 난 어떨 때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이 날 난 남편의 답변으로 중요한 스킬 하나를 터득했다. “자기만의 ‘선’이 있어야지”.
선? 난 그런 거 모르는데.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다르고 내 상황에 따라 다른데…
나만의 선은 어떻게 만드는걸까? 남편은 그걸 생각해두는 게 좋다고 알려줬다. 다음 주 금요일에 만나기 전까지 이것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마사지를 받으면서 노곤노곤 해진 상태로 마음먹었다. 몸의 편안함 뿐만 아니라
마음의 지혜 까지 한 꺼풀 더 얻게 해준 것. 그는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