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친척

파리 교외 공원 산책과 가정집 방문

by 동동
파리는

과거와 현대가 각자의 개성을 자랑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이다. 패션, 문화, 역사, 미식 등 다양한 주제로 방문하기에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 파리 하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떠오른다. 2019년에 화재로 폐쇄된 이곳은 5년 후 2024년 말 재개장했다. 나는 아쉽게도 이보다 몇 달 앞서 방문하는 바람에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이를 핑계로 다음 파리 방문을 기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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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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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 여신상과 재개방 전(24년 9월) 노트르담 대성당


이모님과의 하루

베르사유 궁전에 방문한 날, 프랑스인과 결혼한 시이모님 내외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파리에 벌써 30년 넘게 살고 계신 이모님 부부를 뵌 건 이번이 처음. 이모부님은 프랑스 국적의 외교관으로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퇴직 후 베르사유 근처에서 단란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약속 당일 이모님을 위한 꽃을 한 다발 사들고 베르사유 궁전 앞 광장에서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 즈음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한 분. 어머님과 닮았지만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이모님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며 이모부님이 기다리는 차로 안내해 주셨다.


댁으로 가기 전 아하 드 자흐디(Haras de Jardy)라는 공원에 들렀다. 이 공원은 이모님 댁과 가까워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공원이라고. 이 공원은 1890년부터 말 관련 활동과 연관되어 프랑스 내에서 승마로 알아주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당시는 9월의 선선하고 청량한 주말이라서 정말 많은 인파가 있었는데, 아이가 있는 프랑스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시내 관광지만을 돌아다니다가 이곳에 오니 탁 트인 풍경과 맑은 공기로 이때까지 쌓인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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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드 자흐디 내 마구간과 말, 여러 마리가 있다

승마로 유명한 공원인만큼 말을 보러 마구간으로 향했는데, 이곳에서는 일반 시민들도 말을 가까이에서 보며 자유롭게 교감할 수 있다.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말을 보는 건 처음이라 잔뜩 위축된 나는 이모부님의 설명에 따라 조심조심 다가가봤지만 말의 푸르르 소리 한 번에 겁이 나서 도망가버리고 구경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어 근처 레스토랑의 노천 테이블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가족들의 근황을 주고받았다. 비록 해외에 있지만 이모님은 한국 가족들과 전화를 자주 주고받으시며 이미 많은 이야기를 알고 계셨다. 멀리 사는 가족들과도 이렇게 손쉽게 연락할 수 있다니, 2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지금은 이렇게 당연하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해지자 다시 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향했다. 공원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이모댁은 파리 교외에서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 및 빌라 거주단지에 있었다. 다행히도 파리의 그 악명(?) 높은 역사적 건물 보존정책은 이곳에 적용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지어진 이 빌라들은 주거 편의를 위해 지하에 주차장까지도 구비되어 있었다. 이모님이 저녁을 준비하시는 동안 이모부님은 타국에서 가져온 여러 물품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다양한 소장품을 보니 물건을 통해 가족이 지나온 역사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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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정식, 최애 베이커리에서 공수해 오신 샬롯 케이크


와인과 함께한 길고 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각. 지리에 어두운 우리를 위해 이모님 내외는 우버 타는 곳까지 나오셔서 우리를 배웅해 주셨다. 힘들게 잡은 우버 기사와 엇갈릴 뻔했지만 이모님의 도움으로 다행히 제시간에 탑승할 수 있었다. 해외에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곧 다시 만나게 될 날까지, Au re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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