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오페라극장 공연 관람
부다페스트는
헝가리의 수도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한다.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그리고 세체니다리가 있다. 조금 외곽에는 세체니 온천이 있는데, 그 바로 옆에 부다페스트 대커서스 상설 건물이 있으니 함께 관광할 만하다. 파프리카(매운고추)가 들어간 음식이 유명하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식음료는 단연 토카이와인. 달짝지근해서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 시도해 볼 만하다.
헝가리 오페라관람
혼자서 짧은 여행을 온 나는 아침 일찍 온천에 들른 후 숙소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침 공기는 맑았고 평일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숙소에 거의 다 와 갈 무렵, 내 눈길을 잡아끄는 건물이 있었다. 한 눈에도 위엄이 있는 자태에 끌려 구글맵으로 검색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유명한 국립 오페라극장이 아닌가.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은 투어 티켓을 예매하여 공연이 없는 낮 시간대에 극장을 돌아보곤 한다. 공식 사이트를 돌아보던 나는 마침 당일에 오페라 공연이 있고, S석 한 자리를 예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100유로가 넘는 공연 티켓을 냉큼 예매했다.
그날 밤, 가지고 있던 옷 중 가장 격식을 차린 옷을 단정히 입고 오페라극장으로 향했다. 극장 앞에는 역시 공연을 보러 한껏 들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처음 방문한 어색함을 들키지 않으려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며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었다. 인파에 합류해 나선형 계단을 따라 위층의 공연장 입구로 이동했다.
오페라 공연장으로 들어가자 웅장한 유럽식 홀이 나를 맞았다. 화려한 금박과 천장화로 장식된 홀을 보며 고전문학에서 묘사되는 공연장들이 딱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나와 같은 관광객들이 꽤 있을 거라는 짐작과는 달리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인들이었다. 원피스와 양복 등 가장 단정한 복장으로 예의를 차려 공연을 보러 온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중장년층이 꽤 많았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공연장에는 각 좌석 앞에 자막이 나오는 미니 스크린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웬 걸, 내 자리에만 야속하게 스크린이 없었다. 나야말로 자막이 필요한 외국인인데 참. 어쩔 수 없이 옆자리에 앉아 계신 지긋한 중년 노부부에게 그쪽의 스크린을 봐도 될지 물어보자 기꺼이 허락해 주셨다. 소란스러운 장내가 앙상블의 웅장한 음악으로 정리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 날 진행된 공연은 ‘아라벨라(Arabella)’라는 오페라로, 두 자매가 오해와 해프닝을 뚫고 각자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영어 스크린과 공연 무대를 열심히 번갈아보며 공연을 즐겼다. 오랜만에 본 공연이라 그런지 소소한 무대장치와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인터미션까지 포함 4시간의 장대한 공연이 마무리되고 커튼콜에 공연자들이 나와 인사를 했다. 주인공 커플이 인사를 하며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데 내 옆의 중년 노부부가 무대를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That's my son.” 알고 보니 주인공 중 남자분이 아드님이었던 것. 얼마나 자랑스러우시면 옆에 있는 외국인에게까지 말씀을 하실까. 부모님의 자식사랑은 만국공통이라는 생각에 뭉클해하며 더 크게 박수를 쳤다. 그분들에게는 아드님이 대단하다며 전 세계 공통 언어인 엄지 척 제스처를 취해 드렸다.
괜스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공연이었고 추운 겨울밤을 헤치고 귀가하며 '정말 보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달콤한 토카이와인과 함께 헝가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