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파편들
페트로자보츠크는
카렐리야 공화국의 수도로, 러시아 북서부에 위치해 있다. 페트로자보츠크(표트르의 공장)라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표트르 대제 시기에 러시아 군수 산업 강화를 위해 무기 및 대포 생산을 위해 설립한 공장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산림 자원이 풍부한 장점을 살려 목재 산업과 과거부터 내려온 중공업을 이어받아 영위하고 있다. 관광지로는 오네가 호수와 그 안에 있는 키지 섬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2013년 봄, 짧은 만남과 여행
2013년 4월 페트로자보츠크에서 소규모 국제 환경 영화제가 개최되었다. 이 때 행사 준비로 봉사활동자들을 모집했는데, 유학생 자격으로 모스크바에 거주하고 있던 나와 대학교 동기가 이에 지원하여 참여하였다. 레닌그라드스키역에서 기차를 타고 15시간을 북쪽으로 향하는 여정. 밤편 열차를 타서 침구까지 받아 시베리아횡단열차의 매력을 짧게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언어가 서툰 유학생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각종 공공기관과 업체에 방문해서 초대장을 돌리는 일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크지 않은 도심을 걸어다니며 러시아 소도시를 속속들이 체험한 기억이 좋게 남아 있다.
오네가 호숫가 제방에는 조형물이 있는데, '피라미드'라는 이름의 조형물이다. 이집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페트로자보츠크 300주년이 된 해에 제방이 완공되어 기념석으로 세워졌다. 오른쪽에 두 사람이 그물을 던지는 형태의 조형물은 미국의 자매도시가 선물로 기증한 작품이라고.
위의 사진은 각각 제정러시아시대, 그리고 소련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왼쪽은 무려 1788년에 제작된 러시아 최초의 산업용 철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오른쪽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는데, 페트로자보츠크 뿐만 아니라 러시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물로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기린다. 앞에 헌화된 꽃의 수를 보면 그들의 공적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도로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옛날 건물들도 참 많았다. 도시 외곽으로 가면 사람이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건물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무섭기보다는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 같다. 한편 무리지어다니는 들개들은 정말로 무서웠다. 러시아인마냥 건장하던 들개들이 혹시나 공격하면 어쩌지 하며 괜히 몸을 움츠리고 다녔으니까.
러시아 주최측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장 새로운 경험은 식생활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저녁은 빠르면 6시, 늦어도 8시 이전에는 먹는 데 반해, 같이 생활하던 현지 친구들은 저녁을 10시에 먹었다. 배를 든든하게 하고 바로 잠들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부대껴 있었지만, 그들의 정서에 아침 역시 건너뛸 수 없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이 많이 바래졌지만, 사진을 보다 보니 기억이 되살아났다. 1년간 지냈던 모스크바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길어야 일주일간 있었던 이 곳이 오히려 나에게 러시아의 내밀한 면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