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부모님과의 여행

봄에 떠난 로마-피렌체 여행

by 동동
이탈리아는

유럽의 남부에 위치한 국가로, 로마 시대 및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과 예술품이 모여있다. 어떠한 주제를 잡고 여행해도 지루하지 않을 곳으로, 미술품, 건축물, 조각, 성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관광객을 맞아준다. 아, 식도락 여행도 빼놓을 수 없지! 파스타, 피자, 젤라또, 치즈 등등. 게다가 이탈리아 소도시는 역사적으로 독립되어 있던 시기가 매우 길어 자신들만의 특색이 뚜렷하다. 참고로, 이탈리아 소도시 투어를 하는 게 내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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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캐리어

부모님은 한국에서, 나는 타 국가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국제공항에서 만났다. 다행히 내가 먼저 도착하고 한두시간 내로 부모님이 동일한 공항으로 도착하여, 큰 어려움 없이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시아나를 타고 오셔서 한국 사람들 틈에 있었기 때문에 입국심사도 별 해프닝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없던 부분이라 얼마나 다행이던지. 2달만에 만난 부모님이지만 타국에서 보니 다섯배는 반가웠다. 언제 나오려나 고개를 빼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입국수속대 건너편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숙소에 와서 짐을 푸니 다량의 햇반과 라면, 과자 그리고 빵이 캐리어에서 우수수 나왔다. 해외에서 한식을 구하기 힘들고 배로 비싸다는 걸 알고 야무지게 준비해 오셨다는 것. 참 우리 엄마아빠답다 하며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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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대 건너의 부모님과 각종 식량들. 이탈리아에서 진작 소진 완료하여 한국에 다시 가져간 것은 하나도 없다.



이탈리아의 음식

이탈리아 음식은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편이니 부모님도 크게 낯설어하지 않고 잘 드셨다. 아빠의 최애는 티본 스테이크. 한국에 돌아오셔서도 가끔 그 맛을 회상하셨으니 얼마나 감명깊게 드셨는지 알 수 있다. 다만 모든 티본 스테이크는 아니고, 로마에서 먹은 한 곳의 티본스테이크였는데 웨이팅 없이 무작정 들어간 곳이라서 더 의외였다. 오히려 일부러 찾아가서 기다리기까지 한 곳은 그저 그랬다는 평.


나의 최애는? 파스타도 라비올리도 피자도 아닌 피스타치오였다. 첫 번째는 피스타치오 크루아상. 피렌체를 떠나기 하루 전에 알게 되어 2번밖에 못 먹었지만 그게 2년이 지난 지금도 한이 될 정도로 그리워하고 있다. 눅진한 피스타치오의 고소한 크림과 얇은 크루아상 생지가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두 번째는 피스타치오 젤라또. 사람들이 이탈리아에서 1일 1젤라또 한다는 소리를 듣고 콧방귀를 뀌었는데, 내가 그렇게 될 줄이야.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며 피스타치오 젤라또 하나만 탐구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로마에서만 3차례 찾아간 Gelateria La Romana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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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본 스테이크 / 혼자만의 피스타치오 투어



내 눈에 담은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효도목적은 크지 않았다. 내가 이탈리아에 여행을 가고 싶었던 때, 마침 부모님 시간이 잘 맞았을 뿐. 짐작할 수 있듯, 의사소통과 예약 등 내가 감당할 부분이 많으리라 각오는 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자 인내심이 바닥나 스스로를 조절하기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은 너무나 금세 지나가고 그 때의 사진과 기억만이 남아서 기분좋은 추억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두 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진 때의 사진들을 기록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기대했던 음식을 먹었을 때도, 가고자했던 장소를 가본 때도 아닌 고작 트램을 탔을 때다. 피렌체에서 시간이 남아 오후에 잠시 숙소에서 휴식하고 있을 때, 부모님이 넌지시 트램을 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많이 봐서 익숙했지만, 부모님은 신기하셨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말 자유여행처럼, 계획도 목적도 없이 티켓을 끊고 트램에 올라 시내 중심부를 벗어났다. 트램의 진동에 몸을 맡긴 채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창 밖을 보고 있던 모습이 잘 인화된 사진처럼 내 뇌리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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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짝꿍




좋았던 점은 수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가장 후회되는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부모님의 한국-이탈리아 비행기 티켓은 내가 직접 구매했다. 내 입장에서 부모님의 편의에 맞춘, 한국 아시아나항공에 환승 없는 직항이었다. 다만 비행기에서 내려 하시는 말씀이, 10시간 동안 좀이 쑤시고 심지어 가운데에 끼어 있게 되어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환승이 나았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을 정도. 여행에서 그 피드백(?)을 들은 나는 곧장 돌아가는 비행기의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려고 했지만, 재빠른 한국인들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프리미엄 좌석을 다 채가서 돌아갈때도 불편하게 가신 점이 마음에 남는다. 물론 유럽여행을 함께한 멋쟁이 딸인건 알고 있지만, 여행의 종지부를 완벽하게 찍었으면 좋았을 걸.


그러므로 혹시 부모님과 여행하려는 분들은 꼭 사전에 프리미엄 좌석을 구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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