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만난 낯선 폴란드인의 친절
브로츠와프(Wrocław)는
인구 60만정도의 폴란드의 3~4위정도 되는 도시이다. 인구 내에서는 2,30대가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로, 사진에서 보듯 현대적인 건물과 유럽식 건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가장 유명한 관광거리는 도시 곳곳에 퍼져 있는 조그만 난쟁이동상이다. 이 난쟁이는 1980년대 공산주의를 반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도시에 퍼져 있어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브로츠와프 동물원도 추천하고 싶다. 이 동물원에서 보고자 하는 동물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동물복지를 위해 숨을 공간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라 한다. 갇혀 있는 동물을 위한 배려가 돋보여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브로츠와프에서 만난 친절
동유럽은 지리적으로 유럽에 속하지만 인건비와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우리나라 산업체들이 폴란드/체코 등의 국가에 생산기지를 건설하여 유럽으로 수출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나는 코로나가 닥치기 전, 그 중의 한 업체에 소속되어 단기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파견 당시 나는 수영에 푹 빠져있었다. 다행히 브로츠와프에는 수영장이 꽤 있었고,
근무를 쉬게 된 첫 휴일에 숙소에서 꽤 떨어져 있던 한 수영장을 찾아 용감하게 혼자 걸어갔다.
당시는 2월이라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쌀쌀한데다 외진 곳이라 인도를 걷는데도 바짝 긴장하며 걸었다.
다행히 길눈이 밝은 나는 구글맵을 이용해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도착한 수영장에는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시간이었는지 학부모들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수영을 마친 폴란드 초등학생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밝게 떠들며 나오고 있었다.
보기 좋은 일상의 풍경.
그런데,
폴란드어를 모르는 나와 영어가 서툰 매표소 직원은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Only Cash"
그의 말로 상황이 분명해졌다.
한국생활에 익숙해 카드밖에 없는 나는 ATM이 어디있는지 손짓 발짓을 해가며 물었지만
"15 minutes walk"
그 말은 또 나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다.
더 이상은 시도할 힘이 없었던 내가 쓸쓸하게 벤치에 앉아 돌아가는 길을 찾던 순간,
"Hey miss!"
다시 나를 부르는 직원의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는 나에게 근처의 한 학부모를 가리켰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나는 다시 그에게 다가갔는데
알고 보니 해당 학부모가 우리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내 수영장비를 결제해 준 것.
전혀 모르는, 심지어 생김새도 다른 아시아인에게 친절을 베푼 그 학부모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 것처럼 무심히 떨어져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정말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고
혹시나 내가 선물이라도 줄 게 있을지 가방을 뒤져봤지만
폴란드에서 유명한 브랜드라 해서 산 산양유 핸드크림밖에 없었고
바보처럼 얼떨결에 그에게 그 핸드크림을 내밀었다.
그 당황한 모습이 웃겼는지 그는 손사래를 쳤고, 더 이상의 감사는 필요 없다는 듯
"Have a good day"로 인사를 하고 살짝 자리를 옮겼다.
수영장비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유럽은 공공시설이 복지처럼 잘 되어 있어, 그리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금액과 상관없이 그 친절은 마치 타지에서 건네는 환영의 인사처럼 느껴졌다.
동양인이고 여자 혼자라 차별을 당하진 않을지, 알게모르게 위축되어 있던 나는
무심하지만 따뜻한 현지인의 배려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기억은 언제고 따뜻하게 남아 브로츠와프, 나아가 폴란드라는 국가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쳐서
인연이 끈이 닿는다면 폴란드에 장기 거주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있지만,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