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다녀온 카페
프랑스에 가면 매일 디저트를 먹을 줄 알았는데, 하영이가 만들어 준 티라미수와 바바오럼 말고는 디저트는 제대로 먹은 적이 없다. (물론 하영이가 만들어준 게 best of best 이지만.)
하지만 작은 감동과 함께 아침을 깨우고 여행의 피로를 지우는 맛있는 커피는 많이 마시고 왔다.
아, 파리에서의 아침과 커피가 그립다!
지현에게 갑작스런 회사 인터뷰 일정이 추가로 잡혀 여행 3일차의 오전은 각자 보내기로 했다. 지현은 숙소에서 인터뷰 준비를 했고 나는 motors coffee와 퐁피두 센터를 다녀왔다. 전기 자전거 라임을 타고 숙소로 돌아온 기억이 좋아서 아침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려볼까 잠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혼자는 위험할 것 같아서 두 발을 움직였다. 아침에 길을 걷다 보면 가게 문을 열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 분주함과 활기가 좋다. 각자의 삶을 매일 성실히 해내는 모습. 게으름보단 부지런함이다.
모터스 커피는 동료 석현님이 추천하셨는데 내가 가본 파리의 카페 중 가장 맛있는 라떼를 팔았다. 외관에서는 클래식한 파리는 아니지만 요즘 파리의 바이브가 느껴졌다. 카페 밖으로는 러프한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중 한 자리에서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카페를 등지고 앞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카페에서 가장 좋은 자리임을 알았다. 아쉽게도 이미 만석이라 사방이 뚫린 자리에 앉았던 나는 진득하게 거리를 바라보기 보단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리며 구경했다.
기회가 된다면 파리를 떠나기 전 라떼를 좋아하는 친구 지현이를 꼭 여기 데려와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sorry ma friend.
Dose Cafe 는 로컬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뤽상브루 공원에서 걸어서 거리를 구경하며 갔다. 9시 오픈에 맞춰 갔는데 벌써 주문을 하고 커피를 기다리며 제각각 여유롭게 있는 파리지앵들. 6월 말임에도 서늘했던 아침에 잘 어울리는 커피였다. 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지 이해가 되는 아침이었다.
옆자리에는 중년 남성 두 분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회사 동료와의 미팅일까 친구 사이 가벼운 티타임일까. 귀를 기울여도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공원에서부터 가로수부터 거리, 동물과 사람들, 자전거와 버스를 보며 계속 걸었더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꽤 길었다. "앗 12시까지 도착해야 옷 갈아입고 베르사유 궁전을 가는데! 오늘도 2만보는 기본으로 걷겠군."
이번 파리 여행에서 내가 분명히 알게 된 나의 모습이 하나 있는데 바로 가고 싶은 곳은 곧 죽어도 가봐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약간의 아쉬움은 다음 여행의 동기가 된다고 말하지만 "글쎄! 아니! 난 지금 가봐야겠어!"
Boot Cafe는 동료 찬빈님이 파리에서 가장 좋았다고 할만큼 빅 추천을 해주셨다. 하지만 일주일에 단 3일만 문을 열어 가는 날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파리 여행의 마지막 날, "지현아 나 여기 안가면 후회할 것 같아" 라고 대뜸 말했는데 지현이는 "후회하면 안되지. 가자!" 라고 답했다. 쉼 보다는 부지런히 움직이려는 나 때문에 여행 내내 피곤하게 다녔을 친구가 되려 더 가라고 말하다니. love ya!
그렇게 도착한 Boot Cafe는 엄청 작은 규모였다. 정말 작은 공간 중 1/3은 바리스타의 영역, 테이블 2개 도가 있는 나머지 2/3은 손님의 영역이었다.
바리스타는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제자리에서 슥-슥- 커피를 만들어 주었고, 손님들은 안팎으로 옹기종기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이 광경 너무 귀여운데?
파리의 카페는 아침 일찍 문을 열기 때문에 오후 6시 즈음엔 대부분 문을 닫거나 바(bar)로 변경되어 와인과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많았다.
Le Bon Marche 백화점을 열심히 구경한 직후라 와인과 음식보다는 시원한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가 필요했던 우리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었는데, 다행히 백화점을 가던 길에 보았던 카페 Marcel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는 완벽한 프렌치 토스트를 만났다!
예상하고 맞이하는 일에는 보장된 기쁨이 있다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즐거운 무언가를 만나면 가질 수 있는 짜릿한 희열도 있다. 그 희열은 마치 프렌치 토스트 위에 뿌려진 캐러멜의 달콤함만큼 짜릿하지.
야호. 왠지 파리는 도시 곳곳에 캐러멜이 숨어있을 것 같은 도시라는 직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