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땅콩항공 호갱 Oct 04. 2015

12인치 맥북

시대를 앞서가는, 어쩌면 너무 앞서가는 랩탑

과거 애플은 시장에 없던 제품을 내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기존의 시장의 판도를 뒤엎어 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맥북 에어가 대표적이죠. 에어가 나오기 전의 노트북들은 보통 각종 포트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ODD 포트까지 달려 있었습니다. 애플은 과감히 USB 2개만 남기고 포트를 없애고, ODD도 없애고, 유선랜 포트까지 삭제합니다. 대신 그 당시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작은 맥북 에어를 내놓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서류봉투에서 에어를 꺼내던 장면은 지금도 화자가 될 정도로, 그 당시 에어가 준 충격은 컸습니다. 그리고 에어는 한동안 소형 노트북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합니다.



12인치 맥북의 등장이 갖는 의미는 맥북 에어의 출시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날이 가면  갈수록 휴대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은 모든 포트를 USB Type-C로 통합해리고 극도로 얇고 가벼운 12인치 맥북을 내어 놓았습니다. 휴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키보드의 설계도 바꿉니다. 그리고 프로세서도 최초로 Core M 프로세서를 탑재하여, 성능보다는 휴대성과 전력 효율을 택합니다. 그 결과 1kg도 되지 않는 초박형 12인치 맥북이 나오게 되었는데, 과연 이 맥북이 에어처럼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외관

맥북은 한동안 색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전부 알루미늄 재질의 실버 밖에 고를 수 없었죠. 하지만 12인치 맥북은 3가지 색상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저는 골드를 택했는데, 이 색은 아이폰의 골드와 거의 동일합니다.  첫인상은 '예쁘다.' 색상도 색상이지만, 정말 작습니다. 두께는 13mm 정도로,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15인치의 하판보다도 얇습니다. 무게는 1kg가 안 되는 900g 정도로, 숄더백에 넣어도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구입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죠.

가볍고 작지만, 알루미늄 재질이라 손에 쥐었을 때 견고함이 느껴지며, 맥북 답게 마감 또한 빈틈이 없습니다. 



디스플레이

확대를 해도 픽셀이 보이지 않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여전하다

12.1인치 2304 x 1440 해상도의 화면은 정말 흠 잡을 곳이 없습니다. 15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의 액정과 비교를 해도 색재현력, 밝기, 선명도는 육안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크기만 작아졌을 뿐이죠. 맥북은 기본적으로 1280x 800 모드로 설정되어 있는데, 1440x 900 모드로 설정해도 선명함은 변화가 없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명성에 걸맞게 접사를 해서 봐야 픽셀이 보일 정도며 맨눈으로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 액정을 맥북 에어나, 다른 경쟁기종들과 비교를 하면 그 선명함이나 발색이 아주 도드라집니다. 크기나 가격을 고려하면 맥북과 에어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맥북의 액정은 그 가격차이를 충분히 메꾸고도 남습니다.


키보드

새로운 버터플라이 구조가 적용된 키보드

키보드는 애플에서도 꽤나 강조를 하는 부분입니다. 맥북의 얇은 두께를 이룩하면서도 균일한 키감을 위해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버터플라이 구조를 사용하며, 키 사이즈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백라이트도 기존의 구조가 아니라 키마다 개별 조명이 들어가 두께를 줄였다고 한니다.  

굉장히 얕아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

하지만, 처음 사용해 본 소감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발표 때에도 꽤나 시간을 많이 할애해가며 광고를 했던 키보드인데, 처음 타자를 시작했을 때의 느낌은 아무것도 없는 책상 위에서 키보드를 치는 시늉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게 과연 키보드인가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거기에 키감이 얕다 보니, 저처럼 타자를 조금 강하게 하는 사람들은 타자할 때 충격이 그대로 손가락에 전달되다 보니 타자를 오래하면 힘들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LED의 경우도 아쉬운 점이 보였습니다. 개별 LED의 영향인지, 밝기가 완전히 균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esc의 경우 e가 조금 어둡고 s가 약간 밝고 c는 보통이죠. 하지만 신경 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키감도, LED도 아닌 방향키입니다. 개인적으로 방향키와 특수키와 더불어 키보드의 성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수키, 방향키는 생각보다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서 수정을 할 때도 많이 쓰이고, 서핑할 때도, 게임을 할 때도, 심지어 이미지 편집을 할 때도 종종 쓰입니다. 그런데 그 키 배열이 표준을 벗어나서 사용할 때마다 눈으로 확인해가며 눌러야 한다면 짜증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IBM(현재 레노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죠. 애플도 전통적으로 표준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번엔 다릅니다. 그 성역을 건드렸습니다.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위/아래 키의 크기가 좌우보다 훨씬 작다보니 실수할 확률도 꽤 높습니다. 작은 크기에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불편한 부분입니다.



균형잡힌 소리를 내는 스피커

스피커

개인적으로 스피커에는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쓰던 맥북 프로 레티나처럼 크기가 큰 것도 아니고, 이런 소형 노트북들의 스피커는 보통 음질이 크게 좋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12인치 맥북의 경우, 가장 만족 스러운 것은 음량인데, 맥북프로 레티나보다도 음량이 컸으며, 소리 또한 전 음역대에 걸쳐 균형 잡힌 소리를 내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트랙패드

Force Touch가 적용된 트랙패드

맥북에는 신기술인 Force Touch가 탑재되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트랙패드에서 기계적인 부분들이 제거되고 그 대신 압력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사용자에게 진동으로 피드백을 주기 위해 햅틱 엔진이 장착된 점입니다. 이 진동을 통해 사용자는 트랙패드를 눌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기존의 트랙패드처럼 스위치 같은 부분은 전혀 없지만 진동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죠. 또한 누르는 강도에 따라 다른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써 보면 카메라의 반셔터/풀셔터와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Force Touch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은 대표적으로 Quicktime이 있는데, 빨리 감기나 되감기를 누를 때 누르는 강도에 따라 빨리 감기/되감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파리에서는 링크에 커서를 두고 깊게 탭 하면 링크를 프리뷰 할 수 있습니다만, 이는 기존의 세 손가락 탭으로도 되던 기능이고, 세 손가락으로 하는 편이 편합니다. 사전 검색도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세 손가락으로 하는 게 조금 더 편합니다. 현재 이 기능을 다시 세 손가락으로 돌리는 설정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만인 부분입니다.


이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USB 3.1 Type-C

이 맥북은 우측의 헤드폰 잭을 제외하면 포트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좌측의 Type-C USB 포트인데, 이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아니...  해결해야 합니다). USB3.1 규격의 이 포트는 어댑터가 있으면 Display Port와도 호환이 되며, HDMI는 물론 DVI도 지원합니다. 심지어 차기 규격의 Thunderbolt도 같은 규격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충전도 이 포트를 통해서 합니다. 덕분에 외장 배터리로 맥북을 충전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USB 3.1의 범용성을 믿고 모든 포트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그 대신 휴대성을 얻는 선택을 한 것인 셈이죠. 하지만 현재로써는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SD포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카메라에서 사진을 옮기는 것도 매우 난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USB 메모리로 자료를  넘겨받으면 어댑터 없이는 자료를 열 수도 없습니다.

제가 쓰는 동안에도 이 확장성의 부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제 카메라가 Wi-Fi를 통해 PC나 Mac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어서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기기와 Mac 간의 설정을 해 주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최초 1회에 한해서 유선상으로 연결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다른 맥을 통해서 전송하는  수밖에 없었죠.

앞으로는 USB Type-C를 채용하는 기기가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라이트닝처럼 위아래 구분이 없고, 작기 때문에 채용하는 기기들이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현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어댑터에 의지하거나, 포기하는 수 밖에는 없죠.


성능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게 있는 법. 맥북은 극도의 휴대성을 얻고 그 대신 성능을 잃었습니다. 제가 사용한 기종은 가장 저렴한 모델인  1.1 Ghz 모델입니다. Core M의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011년형 맥북 에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 성능으로는 문서작업, 인터넷, 동영상 같은 일상적인 작업은 무난하게 소화 가능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무거운 작업을 하거나 여러 작업을 한 번에 하는 경우 버거워 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넷을 하다가도 조금 부하가 많이 걸리면 잠시 멈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팽이가 도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으며, 특히 팬이 없기 때문에, 조금 무거운 작업을 오래해서 온도가 올라간 경우 스로틀링이 일어납니다. 그 경우 성능은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랭식 쿨러를 제작해서 성능 테스트를 하는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끌었었는데, 현실에서는 그럴 순 없기에, 노트북이 식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작업하거나, 그걸 감수하고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열이 발생했을 때는 생각보다 많이 뜨거워지는 편입니다. 팬이 없기 때문에 열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라이트룸을 쓰는데, 편집까지는 괜찮은데, 내보내기(export)를 시작하면 이내 스로틀링이 시작되어 성능 저하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배터리

애플 측은 공식적으로 9시간 지속된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를 계단식으로 쌓아 용량을 늘이는 신기술과 저전력 부품들 덕분이라고 하죠. 보통의 경우는 광고한 대로 9시간이 지속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문서작업과 인터넷만 한다면 비슷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저처럼 여러 창을 띄우고 인터넷, 문서작업, 동영상 이따금의 사진 편집(라이트룸)을 하면 대략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지속됩니다. 동영상의 경우 mp4 형식이었으며, mkv 등 다른 포맷을 재생할 경우 배터리가 좀 더 소모될 수 있습니다. 9시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성능입니다.



총평

현재로써는 에어가 처음 나왔을 때만큼의 임팩트를 주고 있지는 못 하지만, 시대를 앞선 제품이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특히 휴대성과 액정의 품질은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우수하며, 제품의 만듦새 또한 기존의 맥북처럼 뛰어납니다. 하지만 휴대성을 위해 성능과 확장성이 많이 희생된 점은 아쉽습니다. 어댑터 없이는 현재로써는 확장이 어렵고, 그 어댑터도 아직까진 저렴하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죠. 저렴하다고 한들, 휴대성을 보고 사는 제품인데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생기면 별로 반갑지는 않겠죠.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제품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사서는 안 될 제품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장점

- 디스플레이

- 휴대성

- 우수한 스피커


단점

- USB 포트가 하나 밖에 없음

- 키보드

- 성능, 특히 쓰로틀링이 걸릴 경우 매우 느려짐

매거진의 이전글 Sony MDR-AS600B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