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명절이면 서울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갔었다. 꽉 막힌 길을 따라 두 시간쯤 가던 귀성길 내내 아빠 차 뒷좌석에 누워 자곤 했다. 한참 잠을 자다가 특유의 이리저리 꺾인 길을 가는 기분이 들면 도착이었다. 드디어 다 왔구나 하는 생각과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교차하며 차를 나서고, 이상하게 항상 추웠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을 누른다.
할아버지 댁에는 항상 과자를 넣어두는 장이 있었다. 명절 때가 되면 할아버지가 사다가 꼭꼭 채워 놓았던 장에는 꼬깔콘이며 치토스, 새우깡 같은 그 시절의 과자들이 있었다. 항상 집에 도착하면 인사를 하고 과자를 꺼내러 달려갔었다. 나중에 온 친척 동생도, 형도 마찬가지여서 과자를 고르느라 바빴던 장면이 떠오른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항상 가득했던 과자 장에는 언제나 전병 과자가 섞여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김가루가 뿌려진 세모난 걸 좋아했다. 지금도 어쩌다 전병 과자를 마주치면 그때의 시끌벅적하고 조금은 어렵고 어색한 분위기가 설렘과 함께 떠오른다.
이제는 감자칩 말고는 과자도 잘 먹지 않고, 잔뜩 쌓여있는 과자봉지를 봐도 예전만큼 설레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처럼 과자 한 봉지를 사 오는 길에 그 시절이 예고 없이 떠오를 때면, 속없던 시절의 설레고 기쁜 기분이 다시 돌아올 듯해서 기분이 간지럽다.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고 생각을 써봅니다. 퇴고도 없고, 미리 정해둔 주제도 없습니다. 그날그날 생각나는 주제로 생각나는 순서대로 정제되지 않은 포스트를 올려볼까 합니다. 10분 땡 하면 쓰다 만 글이더라도 마감을 합니다. 목표는 매일인데, 일주일에 한 번쯤 쓰면 다행입니다. 머릿속의 구상이 구체화되는 게 너무 느린 것 같아 해 보는 연습입니다. 1년쯤 지나 그동안 썼던 글들을 보면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