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는 무엇으로 끓는가

콘킹 후랑크 소세지

by 땅콩쉐이크

맞벌이를 하는 와중에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돌볼 손이 없어 처갓댁이 도움을 주러 근처로 이사를 오셨다. 집들이를 겸해서 아이와 함께 처갓댁에 놀러 갔다가 장모님이 한 말씀하셨다.


윤서방, 저번에 그 부대찌개 맛있던데 다음에 그거나 좀 해주게.

학교를 다닐때 부대찌개는 자주 찾는 메뉴였다. 후배들에게 밥을 사 먹일 때 인원수보다 좀 적게 주문해도 충분해서 싸게 먹힌다는 게 좋았고, 또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맛감자 (Tater tots)를 학교 앞 부대찌개집에서는 무한히 리필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맛을 집에서 만들어 보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다. 순진했던 내가 생각한 부대찌개 만드는 법은 김치와 스팸을 넣어 끓인 찌개였다. 어릴 때 엄마가 해 주던 돼지고기 대신 스팸이 들어있는 김치찌개. 급식으로 먹은 소세지 몇점과 햄이 들어있는 김치찌개. 그걸 떠올리며 나도 김치를 볶고 햄을 넣고 물을 붓고 찌개를 끓였다.


안된다. 그렇게 햄 향이 가득한 부대찌개는 그렇기 안일하게 만들어서는 나오지 않는다. 소시지를 잔뜩 넣어보기도 했다. 스팸을 늘려보기도 했다. 어디서 베이크드 빈즈를 넣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도 했다. 아니다. 이 맛이 아니야. 그렇게 부대찌개를 집에서 만들겠다는 생각은 점점 옅어져 갔다. 그렇게 사먹는 부대찌개 맛을 내는 방법은 미궁에 남은 채로 십여 년이 흘렀다. 오랜 시간이었다.


나이를 먹고 영악한 어른이 된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됐다. 유튜브는 뭐든지 알고 있다. 유튜브,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우선 부대찌개는 김치로 국물을 내는 게 아니었다. 고추장 양념으로 끓인다. 김치는 없어도 된다.


근접했지만 도달하지 않았던 그 맛은 소시지를 바꾸고 해결됐다. 싸구려 돼지고기와 닭고기로 만들고,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소시지가 필요하다. 부대찌개의 진한 햄맛에 필요한 건 콘킹 후랑크 소시지다. 윌슨's 콘킹 후랑크 소시지. 우리나라 소시지는 너무 고급이라 안된다. 이걸 부대찌개집 주방을 보여주는 유튜브 동영상을 수십번 일시정지해가며 살펴본 끝에 찾아내고야 말았다.


아마도 지구 반대편에 살고 계실 윌슨 아저씨는 돼지고기와 돼지염통, 닭고기를 재료로 부대찌개에 딱 맞는 소시지를 만드셨다. 부대찌개는 먹어보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베토벤은 듣지 않고도 음악을 작곡했으니, 셰프는 먹어보지 않아도 맛을 알 수 있는 법이겠지. 윌슨 아저씨는 있는 줄도 몰랐을 요리의 맛을 미리 알고 소시지를 만드셨다. 그런 훌륭하신 윌슨 선생님이 만든 후랑크 소시지를 쿠팡에서 6천 원에 살 수 있다. 한 팩에 454g. 고기는 83% 정도밖에 안 들어있지만. 그마저도 돼지 염통과 닭고기가 섞여있지만. 그래서 더욱 41%의 돼지고기의 정체도 의심스럽지만. 윌슨 선생님의 신비의 옥수수 시럽과 비밀 양념이 들어있기 때문에 돼지고기 비율 94%의 주부구단 목우촌 소시지와 가격 차이도 별로 안 난다. 난 여태 싼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 분하다.


소시지가 준비되었으면, 나머지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대파와 마늘과 새송이버섯을 많이 넣으면 맛이 좋다. 특히 대파는 길게 썰어 '과한가?' 싶을 때 한 줌 더 넣으면 좋다. 어차피 숨이 죽어서 얼마 안 된다. 버섯도 넉넉히, 양파도 넉넉히. 집에서 만들면 재료를 아끼지 않아도 되어 좋다.


그렇게 부대찌개를 끓여서 처가 식구들에게 대접했다. 장인어른이 밥을 두 공기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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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사진이 먹던 중에 찍은 한 장 밖에 없다. (우) 문제의 콘 킹 후랑크 소시지 (출처: 쿠팡).


만드는 법

으깬 스팸 1/3캔

고추장 한 스푼 크게

고춧가루 1

멸치액젓 1

간장 2

소고기 다시다 1/3

맛술 1

된장 1/3~1/2


스팸

소시지 6,7개

마늘 한 줌 (많으면 맛있다)

대파 흰 줄기 4~6대 (좀 과한데? 에서 약간 더 넣으면 맛있다.)

베이크드빈 1/2캔

사골육수 500g (필요하면 물 약간)

새송이버섯 적당히

양파 1개


팔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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