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겨울 내내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by 페어

작년 8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나는 한 중소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1년간 놀다가 하는 오랜만의 일인데 온종일 컴퓨터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봐야 하는 업무라 눈이 당하지 못했다. 일을 슬슬하지 못하는 성격에 업무 강도 또한 높다 보니 뻑뻑해진 눈에 매일 인공눈물을 넣으면서 회사를 다녔다.


내 눈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3개월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측에서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서 인턴생활을 끝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나로서는 기회가 된다면 계속 회사를 다녀야지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번 겨울에는 추운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하고 고요하게 생활하고 싶은 바람이 내심 들었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3개월 일한 뒤 늦가을을 맞이했고, 어느새 기다리던 겨울도 왔다. 그리고 나의 바람대로 집에서 조용하게 잘 놀면서 보내고 있다. 나도 물론 마냥 놀고만 싶은 것은 아니다. 마침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일도 구해야 하지만 겨울의 취업 시장은 호락하지 않다. 이왕이면 잘 놀면서 겨울을 잘 버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버틴다는 말에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 버틴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아도 아직 여기 잘 있다는 뜻이다.


겨울은 길고, 생각보다 더 많은 생각들이 흘러넘친다. 그 생각들은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는 채로, 나는 어떻게 놀면서 버티는 하루를 보냈는지 지금부터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