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날씨를 핑계로 삼은 건지, 겨울 내내 조용히 집에서 지내기로 했지만 나는 원래 집순이는 아니다. 또래 친구들 중에서는 활동 에너지가 적은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들 중에서는 내가 가장 활발히 바깥을 나다니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이번 겨울에는 집에서 고요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의문이다. 고작 3개월의 인턴 생활로 에너지가 떨어진 것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면 40대에 들어선 내가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인생을 곱씹고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걸까?
그 질문에는 아직 답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다만 후자와 조금 비슷한 결이라고 짐작한다. 인턴 생활을 마친 늦가을, 그때 느낌은 다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느낌과 마음을 존중하고 싶었다. 나 자신과 만나는 고독한 시간이 또 필요했다.
나는 이미 1년간을 놀면서 쉬었던 경험이 있다. 그 시간 동안 돈을 버는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 나만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다정하게 대해보자고 다짐해 본 것이다.
이번에 노는 이 경험들은 또 다를까? 혹시 도돌이표는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러나 이번에 다른 것이 있다면 '집에서 보내는 조용한 겨울나기'를 내가 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 상황이 맞아떨어져 나는 다시 하루하루 놀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이왕이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재밌게 놀면서 버티고 싶다. 이 시간이 또 다른 반복일지, 어떤 준비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이번에는 내가 원해서 멈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오늘도 역시 집에만 있었다. 그래서 안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