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가족들은 집에서만 생활하는 나를 의아해했다. 지난 백수 시절에도 심심하다며 밖으로만 쏘다니던 사람이 집에만 있으니, 혹시 우울한 상태는 아닌가 걱정도 한 것 같았다. 이런 가족들에게 "나는 이번 겨울은 집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내가 바깥 외출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하루 한 번, 10분 거리의 헬스장을 저녁에 왔다 갔다 한다. 해가 빨리 지는 겨울 저녁에 나가면 나가기도 싫고, 밖은 춥기도 하지만 어떨 때면 약간 상쾌한 느낌도 든다.
직장을 다닐 때면 항상 분주했던 아침과 꿀맛 같은 점심시간, 그리고 지루한 오후시간, 퇴근길의 저녁시간을 보냈겠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에서 한 토막처럼 나누는 어떤 이정표도 필요치 않았다.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를 뚝 떼어내서 통으로 보내고, 저녁에서야 헬스장에 한 번 가면서 하루의 끝이 가고 있다는 것만 인지할 따름이다.
하루의 끝을 보내기 전에 가는 헬스 루틴도 이번에 달라진 점이다. 1년 전 놀 때는 아침이나 낮에 헬스를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녁 헬스를 끊었다. 나도 모르게 '다시 일을 구하게 된다면 헬스는 저녁밖에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조용한 겨울을 원하면서도, 언제 다시 일을 하게 될 것인지를 염두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놀고는 있으면서도, 다시 일할 나를 계속 의식하는 것이다.
나는 웬만해서는 빠짐없이 헬스를 가려고 하지만, 어쩌다가 헬스를 가지 않는 날이면 나는 고민한다. 집에만 있었는데 오늘 씻을까? 말까?
어떤 날은 '내일 헬스 가서 씻을 건데 뭐' 하면서 꼬질한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씻지 않는 날은 뭔가 해방된 느낌(?)도 든다. 그런 날은 평소 하지 않을 작은 행동도 한다. 야식이나 술을 하지 않는 내가 밤에 라면을 먹고, 동생이 사둔 맥주와 탄산음료도 몰래 마신다.
씻지 않은 채로 하루를 넘긴 날, 나는 내가 얼마나 느슨해졌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직도 나를 붙잡고 있는 '이래야 한다'는 어떤 사회 통념이 보일 뿐이다. 그래서 나를 탓하기보다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집에 머물고, 하루를 보내고, 씻지 않은 것을 바로 잡지 않고 그대로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