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을 세어보다

by 페어

나는 최대한 돈을 아껴 쓰며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고정 수입이 없으니 사람이 위축되어 그런지 조금이라도 있는 돈을 아끼면서 버텨야 했다. 내가 집에만 붙어 있는 이유도 많은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겨울은 자연스럽게 긴축 재정이 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공동 생활비 20만 원은 그대로다. 대신 알뜰폰요금제는 요금이 더 낮은 걸로 바꾸었고, 웬만해서는 잘 안 나가니 교통비도 거의 들지 않았다. 더 줄일 것은 없나 찾아보니 내가 줄일 수 있는 것은 먹을 것이었다.


웬만해서는 집에서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요리를 해 먹는다. 그것이 더욱 경제적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과일과 야채, 고기만 장을 봐오신다. 그래서 내가 가끔 온라인 마트에서 살 식료품이 있거나 배달음식을 먹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고민해 보고 결제를 한다. 최소 3만 원이 되는 이 돈을 써야 하나? 하면서.


나는 온라인 마트에서 공산품 위주의 소소한 반찬거리를 주문한다. 배달음식은 집에서 못하는 요리 위주로, 마라상궈나 회 등을 주문한다. 주문을 마친 나는 사라져 간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고 작별 인사를 한다.


그러다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나의 전 재산을 확인해 본 것이다. 나와 9살 차이가 나는 막냇동생의 친구는 1억을 모아 결혼한다고 하던데, 내 전 재산은 그 이야기와 비교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돈은 주택청약통장에 있었고, 내가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대략 400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순간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래보다 경력이 짧고, 계속 일하지 못하고 놀았던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그렇지, 더 아껴 써야 하나. 아니, 근로 소득을 늘리면 조금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돈보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데에 있었다.


공부한다고 생각할 겸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경제 관련 유튜브를 보았다. 경제 유튜브를 보면서 나는 나름 요약한 것을 노트에도 끄적거려도 보았다. 그러나 교훈은 같았다. 절약하고 일을 해서 시드머니를 모으고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이해되지만 지금 내 상황과는 거리가 있어 이후에는 꾸준히 보지 못했다.


어쩌면 경제 유튜브가 아닌 직업이나 진로 유튜브를 봐야 하는지 모른다. 나는 어떻게 나의 상황이 답답해졌을까 곱씹기보다는, 일단 별생각 없이 하루를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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