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가능했던 것에 감사했던 하루
라이딩을 시작한 지 꼬박 한 달 째인 날이었다. 몸도 피곤했고 마음도 무거웠다. 이런저런 일들, 고민거리들이 가득했던 날이었다.
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두 번째 팩라에 참여해 보았다. 아드레날린이 솟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 레이싱을 마칠 수 있을까란 의구심과 걱정이 조금은 밀려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몸이 제법 가벼웠다. 약간 호흡이 올라오긴 했지만 버틸만했다. 그러다 선두에 서며 바람을 막아주며 달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과연 선두를 서도 되는 건가 그런.
한참을 팩을 이끌다 뒤로 빠졌음에도 즐거웠다. 사실 아직 내 한계치가 얼마인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어느 정도 속도에 어느 정도 거리가 내가 버틸 수 있는지 불명확했다.
그럼에도 속도는 올라갔고 그렇게 달리던 중 왼쪽 다리에 쥐가 올라왔다.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었다.
한 달이란 기간이 나를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아직 넘어서지 못한, 버티지 못한 벽이 느껴져서였을까. 무척 속이 상하시고 했고 팩을 무너뜨려 멈추게 만든 것 또한 너무 미안했다.
그럼에도 다들 제법 잘 달려주었다며 덕담을 건넨다. 뭉클함이 몰려들었다. 고마웠다. 그리고 욕심도 생겼다.
이번 라이딩을 하며 난 아주 조금 더 성장했다. 평균 속도 상승이라는 가시적 성과도 있지만 달리는 동안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만들어내는 동료애의 힘을 간과했던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자극제가 되었다.
함께라서 가능했던.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나는 또 새로운 곳을 찾아 달릴 거고 기본기를 더 채우며 나아갈 것이다. 멈추지 않고 오래오래. 모쪼록 즐거운 라이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