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은 건, 끝까지 노력하도록 칭찬해주세요
토요일 아침, 이서가 어떻게 찾았는지 물감세트를 꺼내 색칠놀이를 하였습니다. 유화와 붓을 꺼내 마음가는대로 도화지에 휘저으니 가족들에 한해서는 유명 화가의 추상화보다 훨씬 의미있는 그림을 완성하였습니다. 이서는 손에도 물감을 칠해보고, 도화지에도 칠하고, 손바닥에 물감을 칠한 뒤 도화지에 찍는 듯 다양하게 즐길 뿐이었지만 엄마의 눈에는 고뇌를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추상화처럼 보였습니다. 이서에게 재능이 있다고 미대 진학해서 화가하자고 이야기하는 저를 보면서 어떻게 아이를 대하고 키워야 하는 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아가면서 마음 속에 새기는 말 중 이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영화 <짝패>에서 배우 이범수가 "강한 놈이 오래가는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더라"라는 대사입니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흥미로운 사실은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이 올라가기 보다 꾸준히 배우면서 끝까지 하는 사람이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내고 성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사람이었더라도 5년, 10년이 지나가면서 꾸준히 성장하면서 나아간 사람은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사는 게 중요한 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처음 작가가 된다는 꿈을 꾸었을 때, 대부분은 사람들이 비웃었습니다. 비현실적인 꿈을 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권을 내고, 두 권을 내자 조금씩 저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결코 못한다는 말을,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너무 미숙하고 서툴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5년, 10년 꾸준히 성장하며 나아갈 때에는 어떤 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바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입니다. 어린이, 어른 가리지 않고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저는 모두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고 있을 뿐,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 속 깊이 숨겨둔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너무 어린 시절부터 "현실"이라는 굴레 속에서 꿈을 포기하도록 훈련받기에, 자신의 열정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온 우주의 모든 가능성을 부여합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교육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숫자가 아이를 평가하는 시간이 오면 아이가 이룰 수 있는 꿈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학업과 연결되지 않는 꿈을 꿀 때에면 다양한 이유로 포기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재능이 특출나지 않기 때문에, 직업을 가지기 힘들기 때문에 등과 같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도록 종용합니다.
저는 이 현상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정작 가르쳐야 할 중요한 삶의 태도는 가르치지 않은 채, 단지 1등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먹고 살기 힘들거라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도록 다그칩니다. 모든 일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건 1등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가능성도 아니고,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성도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목표한 바를 향하여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입니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성장합니다. 이서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제 유년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그림을 꽤 그렸습니다. 전공을 할 정도로 잘 그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상도 받으며 괜찮게 그렸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하면서 '미대'에 진학할 것도 아니었고, '미술'을 정말 사랑하고 잘하여 화가가 될 것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그리지 않다보니, 중학교 때에는 쫄라맨만 겨우 그리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항상 미술을 잘하는 사람을 동경하지만, 단순히 '진학'과 '직업'에 관련이 없다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바람에 취미로도 발전시킬 기회를 잃어버렸던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살리고 죽이는 건, 어른입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하는 지에 따라 아이는 성장하고 싫패합니다.
아이가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라 먼저 생각하고 싹을 싹뚝 잘라버리기보다 목표까지는 한 번 노력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삶을 살아가는 힘 중 하나가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 간절히 노력하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하여 힘쓰기 때문에, 삶은 더욱 즐거워집니다.
다양한 도전을 해보는 건 매우 좋습니다. 다만, 삶에서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일은 최선을 다해 완성해나가야 합니다. 목표를 정해 적극적으로 행동해보고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목표까지는 해보고, 다시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게 오히려 시작 전에 현실성을 강요하면서 포기하도록 하는 것보다 좋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요즘은 꿈이 없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많습니다. 꿈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꼭 완벽하게, 1등으로 완성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하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를 좋아합니다. 결국 인생은 매 순간 열심히 살았던 노력들이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일도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일을 도전해보기 전에 미리 결과를 예측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단순히 힘들거나 어려워서 포기하려고 할 때에는 목표한 지점까지 힘을 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오래가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며, 아이가 써내려가는 모든 이야기에 힘이 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