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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Feb 03. 2022

내가 싫어하는 이름

that's my name

언제나 내 이름이 싫었다. 학창 시절부터 내 이름은 다른 남자애들이 나를 놀리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주로 놀림받는 용도로만 사용되다 보니, 이름을 불리면 비난과 공격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는 '내 이름 너무 싫어!' 헸다. 엄마는 예쁜 이름인데 왜 싫냐면서 내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해줬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부모님은 결심한 게 있었다. 자녀의 이름은 부모직접 짓자는 것이었다.


   그 결심은 그대로 이어져 첫 아이로 아들을 낳고 옥편을 뒤져 한자를 찾아 빼어나고 빼어나다는 뜻의 이름을 지었고, 시부모님이 말을 꺼내시기도 전에 호적에 먼저 올렸다고 한다. 그 흔한 돌림 자도 따르지 않고, 작명소나 점집에 의뢰하지도 않은 이름이었다.


   오빠로부터 시작된 부모님의 내 자식 내가 이름 짓는다는 원칙은 동생에게까지 이어져서 오빠, 나, 동생의 이름은 부모님이 옥편을 뒤져가며 직접 지은 이름이었다.


   내 이름은 한국에서 많이 짓는 여자아이들의 이름 중에서 6위를 당당히 차지한 이름이지만 부모님의 원칙을 따라서인지 동명의 다른 이름과는 한자가 다르다. 지금까지 살면서 동명의 여자아이들과 심지어 동명의 남자 아이들까지 참 많이도 만났는데, 단 한 번도 내 이름과 같은 한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내 이름은 유.진. 아름다운 옥 유(瑜)자에 보배 진(珍)자를 쓴다. 이름의 뜻만 풀이하면 '아름다운 옥과 같은 보배'라는 뜻이다. 두 한자 모두 임금 왕(王) 자 변에 ㅅ자 모양의 지붕이 덮여있는 글자다.

  

   알고 보니 정말 예쁜 이름으로 지어주셨지만,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내 이름은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잘못 사용되고 있었던 거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다행히도 이전보다 내 이름이 조금은 더 좋아졌다.


   성인이 되고 나서 나는 내 이름의 본래 의미를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기르고 어디서든 보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직장에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렇게 폄훼되었던 내 이름을 다시 되찾아 왔다.


   앞으로도 부모님이 처음 지어주셨던 예쁜 이름의 뜻에 걸맞은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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