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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Feb 09. 2022

포기할 때 얻은 선물

너에게 기쁨을 줄게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인생을 살면서 단 하나도 쉽게 얻은 것은 없었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그랬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그랬고, 원하는 과를 정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결혼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너무나 오랫동안 소망했지만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


   내 딴에는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모든 걸 포기했을 때, 그때 기다리던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가족의 사랑을 받기를 포기하고 혼자서 나름의 내 삶을 만들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친구가 되기를 포기하고 친구가 되어주기를 선택했을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마음으로 정하고 마지막 이력서를 넣었을 때, 나의 기회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작은 경험이라도 먼저 쌓아보려고 애쓸 때, 허니문을 포기하고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그때마다 내가 포기했던 것들은 선물처럼 내게 주어졌다.


   그건 선물이었다. 그동안 내가 애쓰고 노력했던 것들이 베이스가 되었겠지만 모든 것을 포기했던 순간 내가 바라던 것이 깜짝 선물처럼 주어졌던 것은 분명하다. 하나님이 값없이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것처럼 내가 내 인생의 타임라인에서 때마다 원했던 것들은 가지기를 포기하고 난 후에야 선물처럼 내게 다가왔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아이를 기다리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많은 과배란 주사를 맞고, 수면마취를 하고, 난자를 채취했다. 몸만들기, 과배란, 난자 채취, 수정, 수정란 배양, 배아 이식, 착상의 각 7단계 과정을 무수히 거쳤댜.  어떨 때는 5단계에서 또는 7댠계에서 아예 1~2단계에서 그야말로 모든 단계에서 최소 한 번 이상씩 다 실패를 경험헤 보았고 매번 지치지도 않고 새롭게 절망했다.


    이제 내 힘과 노력으로 가득한 마음을 그만 접으려 한다. 내 방법도 내 욕심도 다 내려놓고 힘을 뺄 타이밍인 것 같다. 내 고집을 포기했을 때 항상 선물처럼 주셨던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그분을 기대해 본다.

    

   이 마음을 매번 너무 늦게 깨닫기에 항상 죽을 것처럼 힘든 게 문제다. 그동안 흘렸던 눈물을 모으면 작은 호수 하나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그만 고민하고 그만 애쓰고 그만 울고 좀 웃고 싶다.


   처음 아이를 준비할 때부터 내게 주셨던 마음이 있다. 바로 '기쁨'이다. '너의 가정에 기쁨이 되는 아이를 줄게' 하는 마음을 내게 주셨었다. 여전히 기다리는 게 어렵지만 그 약속을 믿고 있다. 얼마나 큰 기쁨을 주시려고 이렇게 애를 태우고 한참을 기다리게 하시는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정말 기뻐서 춤을 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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