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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Feb 17. 2022

나에게 쓰는 편지

사랑받을만한 아이, 유진에게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 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힘겨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 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 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_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


To. 사랑받을만한 아이, 유진이에게


돌이켜 보니 지난 시간들이 단 한순간도 쉬웠던 적은 없지만 또 그렇다고 눈물과 아픔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세상에 내 편은 아무도 없고, 나 혼자 뿐이라고 느끼며 철저히 외로워했던 사춘기 시절의 유진이에게 편지를 쓴다.


   온통 자신감과 넘쳐나는 자의식으로 가득했던 네 모습을 기억해. 세상에 두려울 것은 없었고,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던 어린 시절은 네가 눈치채기도 전에 이미 끝났었지. 준비도 못한 채 사춘기의 끝없는 혼란과 그로 인한 깊은 혼돈 속에 내던져졌던 너의 고독을 기억해.


   지금 네가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인 것 같겠지만 정말 그렇지 않아. 너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 이들이 일부만 보고 뱉어내는 너에 대한 오해와 비난들은 네 잘못이 아니야. 견디기 힘든 시간들 속에서 삶을 살아갈 이유조차 잊은 채 끝없는 절망 속에 버려졌던 너를 안아주고 싶어.


   사실 네가 존재하는 것 자체로도 유진이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사람이야. 다른 조건 같은 건 필요 없어. 외모도 성적도 너의 고집스러운 성격도 예민함도 너라는 사람을 완전히 규정하진 못해. 가장 예민하고 혼란스러울 시절에 올바르게 자라나고 성장하기 위해 애썼던 너의 최선을 다한 노력에 나도 진심을 가득 담은 격려를 보내줄게.


   표현에 서투르지만 아무 조건 없이 너를 사랑하는 부모님과 무엇보다 네 인생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신실하게 이끌어 주살 하나님이 계시니까. 캄캄한 동굴 속에 홀로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 마. 거긴 동굴이 아니라 터널일 뿐이니까. 네가 넘어진 그 자리에서 힘을 모아 다시 일어나면 돼. 용기를 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돼.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터널의 끝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이 보이고, 빛을 향해 계속 걸어가면 네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이, 또 세계가 열릴 거야. 너의 삶은 지금이 끝이 아니고 너의 세상도 지금이 전부가 아니야.


   내가 정말 전해주고 싶은 말은 포기하지 말라는 거야. 무슨 일이든 끝은 있고 너는 너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약속해. You have my word. 그러니까 너무 오래 울지 말고 절망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아남자.


   유진아, 넌 정말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이야. 잊지 마!!


    From. 아직 자라나는 중인 유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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