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처음 만난 건 중등부의 새 가족실에서였다. 중등부 새 가족 교사로만 2년 차였던 나는, 익숙하게 아이들을 새 가족 실로 안내했다. 새 가족 등록을 위해 이름, 학교, 학년반, 생일, 연락처, 취미나 특기 등 간단한 인적사항과 교회는 처음인지, 이전에 다녔었다면 유아세례를 받았는지 같은 내용이 들어간 새 가족 등록부를 적도록 했다.
아이들이 적어놓은 등록부를 보니 승현이는 택견을 하고 있다고 했다. ‘택견이면 그 이크 에크 하면서 춤추는 것처럼 온몸을 다 쓰는 전통무술 말하는 거지?’하고 나는 되물었다. 승현이는 맞다고 하며 택견을 한 지 몇 년이 되었다고 했다.
태권도를 하는 아이들은 많이 봤지만, 전통 무술인 택견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 부분이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승현이는 궁금해하는 나를 위해 살짝 택견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른 아이는 아기 같은 얼굴과 개구진 표정, 그것과는 상반되는 키를 가진 소희라는 이름의 여자아이였다. 두 사람은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 둘 다 중학교 3학년 또래들에 비해 키가 월등히 컸다.
그렇게 승현이와 소희는 내가 맡은 새 가족 반의 일원이 되었다. 원래 새 가족반의 커리큘럼은 첫 주에는 서로 다양한 대화를 통해 친해지고, 2주 차에는 예수님에 대해 가르치는 시간이다. 이어 3주 차에는 중등부를 소개하고, 4주 차에는 직접 교회를 투어 하며 교회의 장소와 특징 등을 소개하면 끝나는 한 달간의 짧은 활동이었다. 그런데 승현이와 소희와의 새 가족반은 3개월 이상 이어졌던 것 같다.
승현이가 택견대회 일정이 잡혀 훈련 때문에 교회에 못 오는 날이면, 소희 역시 몸이 아프거나 일이 생겨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장장 3개월이 넘게 새 가족반에서 나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등부와 교회 생활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 만에 드디어 새 가족반 과정이 끝나고, 분반하여 올려 보낼 타이밍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3학년의 졸업이 몇 주 남지 않아 분반하기가 애매한 상황이 되어서 나는 그대로 승현이와 소희의 중등부 담임교사를 맡게 되었다. 단 몇 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깊이 들었는지 고등부로 올려 보내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성인이 되었고 간간이 소식도 들었다. 택견을 하던 승현이는 댄서로 전향하여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다. 스튜어디스를 준비하던 소희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얼마 안 되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A 항공사 승무원이 되었다. 언젠가 소희가 동기들과 찍은 사진을 보며 부러워했는데, 하나같이 다 미소가 너무 아름다운 분들이었다.
어느 날 TV에서 쇼! 음악중심이나 뮤직뱅크를 보다가 클로즈업된 댄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댄서는 바로 승현이었다. 어떤 가수의 댄서를 한다는 이야기는 몇 번쯤 건너 건너 들었었는데, 방송을 보다가 마주칠 줄은 몰랐다. 현재 소속된 댄스팀에서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지도 높은 댄서로, 또 모델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승현이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꽤 많이 흘렀지만, 승현이나 소희와도 계속 SNS를 통해서나마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낼 수 있어서 참 좋다. A항공사에서 일하던 소희는 그 사이에 좋은 사람을 만나 2020년에 결혼하고 가정도 이루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멋진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어색하면서도 귀여웠던 표정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순수하고 귀여웠던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멋지게 성장하여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중등부 새 가족반 교사하길 참 잘했다. 해준 것도 없지만 두 사람의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 뿌듯하다. 두 사람의 앞날이 계속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어릴 때 만난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믿음으로 살아가기를 온 마음을 담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