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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May 12. 2022

오! 거대한 너의 그림자를 동경해

내가 만일

"부러워 난 고래야 네가 아마도 다들 그럴 거야. 아마도 다들 그래서 바다를 뺏으려는지 몰라 오! 거대한 너의 그림자를 동경해. 이 넓은 바다를 누비는 너의 여유"


  AKMU(악동뮤지션)의 물 만난 물고기 앨범에 실린 '고래'라는 곡의 가사다. 내가 만일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로 태어난다면 나는 넓고 넓은 바다를 천천히 마음껏 헤엄치는 고래가 되고 싶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소라고둥 없이도 바다의 노래가 들려오곤 했다. 언제나 막연히 바다를 동경하며 살아왔고 어릴 때는 내가 인어였다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며 몸 어딘가에는 아가미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에 맞닿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앞 지느러미 한 쌍을 우아하게 휘저어 나아간다. 하늘을 향해 큰 숨을 내쉬며 거대한 분수 같은 물줄기를 한껏 내뿜는다.


   포유동물에 속하는 고래는 모성애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운다. 가끔은 3000미터 심해에 내려가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캄캄하지만 황홀한 바닷속의 풍경들을 바라본다.

   

   먹는 것으로 보면 수염으로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종류의 고래도, 크릴새우와 작은 물고기들을 사냥하는 종류의 고래도 있다. 아마도 새우를 잔뜩 먹을 수 있겠네.

   

    고래가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보다 하늘을 이불 삼고, 바다를 침대 삼은 거대한 자연의 일부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 몸의 사이즈도 자꾸 고래처럼 커져만 간다.

    

   수족관에 갇혀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불쌍한 벨루가처럼은 절대로 살고 싶지 않다.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를 만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지도 않을 거다.

   

   바다를 집 삼은 고래가 되어 마른하늘 위로 물줄기를 뿌려주는 삶으로 살아보자. 어디를 보아도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뿐이라 눈이 엄청 시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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