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보면 다음 세대의 마블 팬들을 키우기 위한 큰 그림을 이어나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 마블 팬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마블의 미래를 일구어갈 제2, 제3의 세대들을 위한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에게 앞날을 부탁한 이후, 대부분의 마블 영화가 한 세대의 서사를 마무리 짓고 Next Generation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성장해 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가장 먼저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로 돌아가 카터와의 사랑을 선택했다. 그렇게 자신의 시대를 끝냈으며 차기 캡틴 아메리카는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팔콘과 윈터 솔저로 그 답을 대신했다.
고대의 신화 이터널스를 통해서는 사실 이터널스는 저 먼 우주에서 파견된 존재임을 알려주었다.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는 스칼렛 위치가 된 완다가 아이들을 되찾고 싶어. 멀티버스의 대혼돈을 불러왔다. 결국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했으나,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선택을 하며 막을 내렸다.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주목할 인물은 사실 완다도 닥터 스트레인지도 아닌 멀티버스 이동이 가능한 능력을 가진 아메리카 차베즈였다.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마리아 램보의 딸인 모니카 램보가완다 비전에 등장하며 시대의 변화를 예고했다. 마블코믹스에서는 모니카 램보가 캡틴 마블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동시에 캡틴 마블처럼 크리족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 파키스탄 소녀 카말라는 미즈 마블로 캡틴 마블의 뒤를 이어 가게 되었다. 멀지 않은 8월에는 브루스 배너 박사와 사촌지간인 쉬 헐크(타티아나 마스라니 역)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 두 작품 사이에 개봉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유사한 지점에서 토르의 이제까지의 서사를 코르그의 목소리를 빌어 마치 신화처럼 들려준다. 신 도살자인 고르가 뉴 아스가르드에서 아스가르드 아이들을 납치해 가고, 아이들을 구하러 간 토르는 다음 세대의 아스가르드 전사들과 함께 고르를 공격한다.
토르와 함께 싸움에 나서는 이들은 뉴 아스가르드의 왕인 발키리, 토르의 전 여친 마이티 토르가 된 제인 포스터 박사다. 위에 언급한 아메리카 차베즈, 미즈 마블, 쉬 헐크, 발키리, 모니카 램보 등은 모두 내년 초순 개봉 예정인 캡틴 마블2: 더 마블스에 등장할 예정인 캐릭터들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 이 영화의 타겟층이 다음 세대의 마블 팬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초등학생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영화인 데다가, 관객들을 웃게 하는 지점도 좀 더 아이들 취향의 장면들이랄까.
영화는 크게 두 지점으로 나뉜다. 이제까지의 토르 오딘손의 인생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과 함께 우주를 구하는 영웅으로 살아온 시간.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을 밀쳐내고 멀리하던 토르가 평생의 사랑인 제인 포스터 박사와 다시 만나는 것이다.
기존 마블 팬들에게는 너무 친절해서 아쉬웠던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보며 한 가지는 배웠다. 퀼이 떠나기 전 해 준 말처럼 ‘뜨겁게 사랑하고 고통을 겪는 것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삶보다 낫다’는 것을 토르는 그의 삶을 통해 직접 보여주었다.
먼저 떠난 이들이 뜨겁게 사랑하고 열정을 다해 살아냈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 다음 세대들이 그 뒤를 이어받아 만들어나갈 새로운 역사를 기다리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어디로 확장되어 갈지 계속해서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