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파주에 있던 학교로 출근할 때의 일이다. 출퇴근길은 버스로 40분 조금 더 걸렸는데, 오가는 길 중간에 장애인의 직업훈련과 교육을 하는 홀트학교가 하나 있었다. 출근할 때는 거의 만날 수 없었지만 퇴근할 때마다 발달장애인들이 10명 정도 우르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들이 참 불편했다. 평화로운 퇴근 시간에 고성을 질러대고, 좌석이 아닌 곳에도 엉덩이를 들이밀고 일단 끼어 앉으려는 부분이 무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사람인지 매번 반성하면서도 그들을 만나면 불편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우영우입니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요즘 이 인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뒤에 나오는 단어들의 순서가 헷갈리거나 잘 생각이 안 날 수는 있어도 말이다. 평범하지 않은 이 특별한 드라마는 최근 우리들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제목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지만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영어권 제목으로는 이상한 Odd 대신 Extraordinay를 사용하여 비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기 시작한 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이들 중에 극소수에 속하는 서번트 증후군이나 이스퍼거 증후군-지적 장애나 자폐증 따위의 뇌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증상-에 너무 집중하여 이야기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예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박은빈이라는 배우를 통해, 극히 일부 사례인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서 실제 삶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이 축소되거나 가볍게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우영우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좋은 드라마였다. 매회 다른 사건을 통해 민법, 형법, 가족법, 행정소송 등 다양한 법리적인 문제들을 다루었다. 실제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youtube ‘이웃집 변호사들’의 우영우 리뷰를 보며 실제 법을 정확히 자문받아 고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디테일이 시청자들이 잘 모르고 어려워하던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여성, 탈북민, 자폐인, 아이 등 소외계층의 문제를 짚어주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여러 계층의 삶에 대해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1회에서 할머니의 남은 삶을 위해 민법을 함께 논의했을 때, 그 사려 깊음에 저절로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기도 했다. 어린이 약취 유인이라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했지만, 그의 사상에는 동감하게 되었던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인 방구뽕 씨를 통해 현재 어린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우영우와 이준호 씨가 연애 감정을 키워가는 상황에서 나타난 이준호 씨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모든 편협한 시선들이 나와 다르지 않았기에 더욱 부끄러웠다.
지난 4개월 동안 우영우 덕분에 웃고 울고 화내고 슬퍼하면서도 기쁘고 행복했다.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 이제까지 보류되어 왔던 지점들에 대해서도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제대로 된 법과 정책들이 만들어지도록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만나는 통합지원반 아이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고 관심을 기울이는 선생님으로 살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