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은 한 사람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넓은 세상 속에서 단 한 명만 내 편이 있다고 생각해도 힘들었던 일상에 조금은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 사회 교과서 속의 말이 단지 이론이 아닌 실제임을 자주 깨달으며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모두 타인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한 내가 누군가의 호감이 되는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때로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지만, 마음을 너무 오랫동안 알아주지 않을 때는 누군가 소문이라도 내주었으면 할 때도 있다.
학창 시절 즐겨 듣던 라디오에서 ‘짝사랑을 짝 사랑으로’라는 제목의 코너가 있었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을 해서, 상대의 대답을 들어 짝사랑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는 짝 사랑으로 만들어주는 코너였다. 용기 있게 자신의 짝사랑을 고백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응답으로 혼자서만 하는 사랑을 끝내고, 함께 사랑을 이어나갈 기회를 얻었다.
이 작품에서는 좀 더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바로 ‘좋알람’이라는 어플인데, 이 어플을 휴대폰에 깔고 실행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10m 반경 이내에 들어가면 특별한 알람이 울리게 되는 것이다. 상대의 좋알람을 울려주고 나 역시 좋알람을 되돌려 받으면 두 사람을 둘러싼 원의 색이 변하면서 두 사람 주위로 반짝이는 별빛이 내린다.
처음엔 마냥 신기해하고 좋아했지만 좋알람의 다운로드 수가 전체 인구수에 육박하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좋아하면 울려야 하는 세상. 좋알람이 많이 울리는 인기 많은 이들은 특별한 특권계급이 되어 배지 클럽까지 생긴다. 서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아름다운 세상이지만, 반대로 선택받지 못한 이들에게는 잔인하고 끔찍한 세상이다.
좋알람 출시 4년. 결국 단 한 번도 울림을 받지 못한 좋알람 0의 사람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집단 자살을 시도한다. 시신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 끔찍함에 혀를 내두르고, 그때쯤 인스타툰 '울리는 세계'가 주목받으면서 좋알람 반대 시위는 점점 더 격렬해진다.
좋알람 어플이 빚은 또 다른 한 가지의 문제는 좋알람이 울리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데 있다. 좋알람은 눈에 보이는 알람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애써 괜찮다고 하지만 상대가 나의 좋알람을 울려주지 않으면 자꾸만 서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게 된다.
사람들은 상처를 받았어도 여전히 상대의 좋알람을 울리기도 하고, 간절히 좋알람을 울려주고 싶지만 이미 울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특별한 장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감추다가 자신의 마음이 진짜 어디로 향했는지 잃어버린 소녀는 어릴 때 사랑했던 소년과 지금 자신을 사랑해주는 소년 사이에서 마음 깊숙이 숨겨진 답을 찾고 싶어 한다.
좋아하면 울려야 하는 세상을 만든 좋알람 개발자는 주인공인 김조조를 통해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선택과 의지에 의해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을 다각도로 생각하고 성찰하게 해 주는 작품이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웹툰 원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2019년에 시즌 1이, 2021년에는 시즌 2까지 방영되었고 시즌 3도 제작될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언제 오픈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시즌 3이 어떤 형태로 흘러가든 결국 자신의 진짜 마음이 향하는 곳을 깨달은 조조는 그 방향을 다시 놓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