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창창한 청년이 일하다가 무거운 기계에 깔려 숨졌다. 2인 1조로 작업을 지시했지만 한 명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SPC계열의 제빵공장에 다니던 청년은 거대한 소스 배합기 기계를 혼자 다루다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자주 만나는 SPC계열의 가게로는 가까이에 가장 많은 빵집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31, 던킨도너츠, 파리크로아상이 있다.
혼자 일하지 않았다면, 늦은 시간에 일하지 않았다면, 기본 노동권을 지켜주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중대 재해는 계속해서 많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앗아왔다. 관련 법 제정을 위한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지만, 중대 재해 처벌법은 쉽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제정된 것은 바로 작년인 2021년 1월 26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2년 1월 27일에서부터야 시행되기 시작한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사고가 일어난 제빵공장은 50인 이상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어 중대 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된다. 기업에서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와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이번 사고 발생 일주일 전인 지난 7일에도 이 제빵공장에서는 또 다른 안전사고가 이미 발생했었다는 것이다.
생산설비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이 기계를 다루다가 손 절반이 벨트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었다. 해당 직원이 치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공장 측에서 파견 근로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번 사고 이후에도 총 9대의 소스 배합기 중 자동 방호장치가 없는 기계 7대는 가동을 중단했으나, 나머지 2대의 기계는 가동하다가 직원들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달이 지난 것도 아니고 일주일 전에 이미 기계에 사람의 손이 끼이는 사고가 났었다면,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공정 과정과 기계의 안전장치와 기계 상태, 업무 일정, 공정 일정까지 전반적으로 철저히 점검해야 했던 것 아닌가 싶다. 아무리 찾아봐도 조금만 안전을 생각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동료가 죽은 기계 바로 옆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애초에 소스 배합기 기계에 자동 방호장치가 모두 있어야 안전할 텐데 총 9대 중에 자동 방호장치가 달린 기계가 2대뿐이고, 나머지 7대는 달려 있지 않다고 하니 언제든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공장 측의 대응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수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어렵게 제정된 중대 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제 기능을 발휘하길 바란다.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적절한 처벌을 통해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이중 삼중으로 안전 여부를 재확인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당연해지길 바란다. 사고로 아까운 생명을 더 이상은 잃지 않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네가 새 집을 지을 때에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 사람이 떨어지지 않게 하라 그 피가 네 집에 돌아갈까 하노라(신명기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