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단풍이 담뿍 드는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여기저기 나무들은 서둘러 하나씩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일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의 풍경을 지켜보다가 신기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나무의 위치에 따라 단풍이 드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매번 가을이 올 때마다 그랬을 텐데도 굉장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 있는 나무들은 잎의 색깔이 노란색으로 변했고, 음지에 있는 나무들의 색은 여전히 초록 초록했다. 약간은 슬픈 마음이 들어서 역시 빛을 잘 받는 곳에 있어야 때에 맞는 옷을 입는구나 싶었다. 사람도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고 좋은 환경에 있어야 인생도 원활하게 굴러가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다시 돌아보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완연한 가을이 되면서 나무들은 각자의 색을 입는다. 그 나무가 양지에 있든, 음지에 있던 간에 색동옷을 갈아입는 시기는 다 다르지만 결국 어느 나무에든 계절이 물들게 되는 것이다. 잎의 수명이 2년이라 사시사철 초록색을 유지하는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가을 낙엽으로 물들지 않는 나무는 없다. 다만 그 타이밍이 다를 뿐이다.
인생도 그런 거 같다. 타고난 자원이 많은 양지에 있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더 빨리 이루어낸 듯 보인다. 그런 장면들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환경이나 타고난 재능이, 경제적으로 가진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해도 그 속도가 다를 뿐 분명 언젠가 나무는 자신의 키만큼 자라고 잎은 낙엽색으로 물들고, 긴 겨울이 지나면 꽃이 피고 다시 열매가 맺힐 것이다.
내 인생에도 그리고 당신의 인생에도. 그렇게 각자에게는 각자의 타이밍이 있다. 지금 당장은 무언가 이루어지지 않고 나만 더딘 것처럼 느껴져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느리지만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결국은 자랄 테니까. 그렇게 누구에게나 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