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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빛나는 주인공

by Pearl K

최근 몇 달간 나의 기상송이었던 노래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까 봐 보통 알람을 3개 정도 맞춰놓는데, 이 노래는 그중 첫 번째의 기상송이었다. 늦지 않게 잘 일어나기 위해 각종 시끄러운 소리로 기상송을 했던 적도 있지만 귀가 예민한 편인 내게는 오히려 피곤함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그 후로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알람 기상송을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노래들로 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멜로디와 느낌이 좋았는데 들을수록 가사를 곱씹게 되면서 이 노래가 점점 더 좋아졌다.


"나도 한때는 그이의 손을 잡고 / 내가 온 세상 주인공이 된 듯 /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 모두 날 위해 피어났지 / 올림픽대로 뚝섬유원지 / 서촌 골목골목 예쁜 식당 / 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주옥같은 대사들 / 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언제부턴가 급격하게 / 단조로 바뀌던 배경음악 / 조명이 꺼진 세트장에 혼자 남겨진 나는 / 단역을 맡은 그냥 평범한 여자 / 꽃도 하늘도 한강도 거짓말 / 나의 드라마는 또 이렇게 끝나 / 나왔는지조차 모르게 / 끝났는지조차 모르게"

가사를 살펴보면 1절과 2절의 내용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1절에 나오는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주인공처럼 보인다. 반대로 2절의 여자는 조명이 꺼진 세트장에 혼자 남겨지게 된 단역을 맡은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심지어 관객들은 그녀가 공연에 나왔는지조차 모른다. 2절의 가사가 너무 쓸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의 주인공이었던 것만 같던 여자는 1절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에게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예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다시 그런 날이 단 하루라도 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겠다는 각오를 한다.

결국 우리 모두가 1절 가사처럼 주인공 같은 삶을 살기를 꿈꾸지만, 사실 우리의 삶은 오히려 2절 가사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알게 된다. 1절은 사실 2절의 단역을 맡은 평범한 여자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내용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왠지 가사 속의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단역을 맡은 평범한 여자가 언젠가 1절 가사처럼 세상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평범한 여자가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응원하고 싶어졌는지도 모른다.

때로 우리의 삶이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그 장면에 내가 나왔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혹은 이미 나도 모르는 새에 그 드라마가 이미 끝나버리는 때도 있다.

스릴 넘치고 파란만장한 인생이 아니어도 괜찮다. 매일의 삶이 그저 지나가는 날들처럼 느껴지고, 그런 날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고 해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삶의 유일한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가장 평범하지만 각자 빛나는 너와 나, 우리의 삶을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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