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에서 기획되는 많은 행사가 있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건 여름수련회라고 할 수 있다. 방학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2박 3일의 일정으로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떠난다. 매주 일요일 짧은 시간 동안만 만나느라 아쉬웠는데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신앙의 추억이 가득 쌓인다. 평상시에는 미처 몰랐던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준비는 고되지만 잘 마치고 나면 보람찬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예배 시간에 전달되다 보니 모든 일정은 저녁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짜야한다. 한창 뛰어놀 나이라서 중간중간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각종 몸으로 하는 예능형 게임들과 물놀이는 물론이고, 좋아할 만한 간식을 잔뜩 준비해놓고 틈틈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해 여름,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로 구성된 아이들과 함께 여름수련회를 떠났다. 장소는 경기도 송추에 있는 어떤 수련관이었는데, 예배 장소는 물론이고 숙소도 적당한 크기에 깔끔하고 엘리베이터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수련관에서 기본 식사도 제공되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둘째 날 저녁은 특별하게 따로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평소 재적인원은 150명 정도인데, 수련회에 참석한 인원은 아이들만 120여 명에 교사까지 포함하여 거의 160명에 육박했다. 여러 명이 달려들어도 간신히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삼겹살이 준비되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끝내고 휴식하는 동안 선생님들은 넓은 공간에 다 같이 모였다. 두 팀으로 나누어 숯불을 피우고 열심히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선생님들이 삼겹살을 초벌 하는 동안 아이들은 하나둘씩 조별로 버너와 프라이팬을 챙겨 내려오기 시작했다. 조 담임 선생님들은 조별로 위치를 선정하고 자리를 세팅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조장이 가서 프라이팬에 초벌한 삼겹살을 3~4줄씩 받아 가면, 각 조에서 선생님이 버너에서 2차로 구워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시스템이었다.
고기는 구워지기 무섭게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사춘기 아이들의 허기짐을 달래기에 숯불 위 고기는 너무 천천히 익었다. 몇 개의 전등에 의지하여 꼬박 3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삼겹살을 구워 나눠주었다. 하지만 띄엄띄엄 나눠서 먹다 보니 아이들은 쉬이 배가 차지 않는 것 같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을까? 다행히도 이제 배가 부르다는 아이들이 몇 명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먼저 먹은 아이들을 숙소로 올려 보낸 후, 끝이 없어 보이던 고기 굽기도 마무리가 되어가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뱃고래가 유난히 큰 아이들이 아직 배가 덜 찼는지 “더 먹으면 안 돼요? 고기 또 주세요” 하면서 한 목소리로 고기! 고기! 를 외치기 시작했다.
물놀이를 비롯해 온갖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느라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던 선생님들이었다. 한여름에 숯불 앞에서 고기까지 굽다 보니 땀범벅에 그을음까지 더해져 얼굴도 새까맣고 난리도 아니었다. 체력 좋은 20대 선생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가 항복을 외치고 싶을 만큼 넋다운 되어가던 순간, 천둥 치는 것처럼 크게 들린 누군가의 꼬르륵 소리!
왈칵 설움이 밀려왔는지 한 선생님이 외쳤다. “야! 적당히 좀 먹어. 선생님도 배고파!” 진심이 담긴 울부짖음이었다. 순간 모두들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이들은 “와하하! 앗! 선생님도 드세요.” 하면서 달려오더니 선생님들의 입에 고기 한 점씩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한여름 밤에 작은 조명 몇 개에 의지해서 어둑어둑한 곳에서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로 숯불의 열기를 참으며 고기를 구웠던 그날의 멋진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그 밤의 열기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숯불의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하나라도 더 먹이고 챙기려는 선생님들의 사랑 담긴 마음이 뜨끈뜨끈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득해서였다. 그분들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프로그램마다 알차게 참여하며 즐거운 수련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각자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고,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쏟고, 하나라도 아이들에게 배움을 전달하려는 분들이 있다. 지금도 묵묵히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과 마음을 쏟는 귀한 선생님들이 어디에나 계신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런 분들 덕분에 어디에서든 오늘도 아이들은 꿈을 꾸고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수고하고 헌신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