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서는 소화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어딘가에 이 수많은 말들을 풀어놓아야 했는데 방법을 찾지 못했다. 개인 홈페이지와 싸이월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거쳐오며 SNS 속 내 공간에 묵혀둔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 생각 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썼던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는 글과는 달랐다.
돌아보니 나는 계속 쓰고자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블로그에 쓰는 글을 통해 조금씩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막연하게 언젠가는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원하는 잘 쓴 글이란 사람들에게 잘 읽히고 반응을 이끌어 내게 하는 글이었나 보다.
‘언젠가는’ 이 ‘조만간 곧’으로 바뀌었던 건 2020년 4월 김정주 작가님이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 “쓰고 뱉다” 기본반 4기를 수료한 후부터였다. 쌓여있던 이야기들을 예쁜 형식으로 읽기 좋게 정리해서 쓸 수 있는 용기와 기술을 얻게 되었고, 아주 오래전에 이미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구해냈던 기억도 되살릴 수 있었다.
2021년 1월, 쓰고 뱉다 심화반을 들으면서 막연하게 상상만 해 왔던 것을 구체적인 책 제목과 목차로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나온 건 사실 목차보다 제목이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샘과 이야기를 나누며 항상 생각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애들은 좋은 말 안 들어요 좋아하는 사람 말 듣지’는 그렇게 책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제목과 목차를 정하고 글 소개를 쓰는 것과 실제로 목차 전체의 꼭지를 직접 쓰고 퇴고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써질 때도 있었고, 놓치고 지나갔던 지점을 새롭게 깨닫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2년 동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54개의 에피소드를 쓰면서 브런치와 페이스북에 연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2022년 12월 30일 오늘로 이 책에 담길 모든 목차 속의 모든 글이 다 완성되었다. 그동안 글쓰기의 좋은 스승님이 되어주신 쓰고 뱉다 김정주 작가님과 다정한 우주의 이설아 작가님, 1%의 페이스북 독자일 뿐이었지만 꾸준한 글쓰기란 이런 것이라는 모범을 보여주신 스승 삼고 싶은 정지우 작가님까지. 훌륭한 작가님들을 곁에서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두루뭉술한 글을 다듬어 주었던 심화반 3기, 완성반 1기 동기들과 특별히 글짝꿍으로 도와주었던 음감님, 안또진심님, 숲코치님. 같은 기수는 아니었지만 따뜻한 힘이 되어주신 란초님, 바쁘신 와중에 무리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합평해 주신 천세곡 님께도 진심을 다해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무엇보다 글을 읽어주고 반응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하다.
전체 목차의 1차 완성에 만족하지 않고 충분한 퇴고를 통해 글을 조금씩 다듬어 나가려고 한다. 소망이 있다면 그렇게 잘 정리된 글로 좋은 출판사를 만나 실물 책으로 출간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그런 날을 기다리며 앞으로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p.s: 모두 2022년 잘 마무리하시고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