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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Jan 24. 2023

치명적인 단점

고백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내게는 몹시 치명적인 단점이 한 가지 있다. 그건 바로 신기하리만큼 자주 옷음식을 흘린다는 것이다. 내 딴에는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최대한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꽤 자주 빈번하게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편이다.


   점심이나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서 옷을 확인해 보면 거의 구십구 퍼센트의 확률로 옷에 음식을 흘린 자국이 남아 있다. 국물이 있는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말라붙은 밥알이나 볶아진 멸치 한 마리가 옷에 붙어 있기도 하다.

   

   심지어 가게에서 주는 앞치마를 장착해도 그렇다. 언제나 같은 위치 -주로 목과 가슴 사이다.- 앞치마 위치만 요리조리 피해서 음식물의 흔적이 묻어 있다. 하소연을 하면 친한 들은 너 지금 글래머라고 자랑하는 거냐 같은 타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겐 꽤 진지하 심각한 문제다.


   다른 사람이 발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깨닫고 나면 음식물의 남은 흔적을 최대한 빨리 없애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민망하게도 주변 사람이 그 상황을 먼저 발견하곤 한다. 깊은 배려심으로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해주는 분도 있고, 다정하게 떼어주시는 분도 가끔은 있다.


   물론 그 모든 상황을 가장 많이 발견하는 사람은 연애부터 결혼생활까지 8년째 매일 보는 남편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칠칠맞아 보이는 모습마저 귀엽게 여겨주는 것 같더니,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 되어서인지 요즘은 "왜? 또 옷이 배고프대?" 하며 슬슬 내 약을 올리기까지 한다.


   예전에는 밝은 색 옷을 입고 나갔다가 옷에 빨간 김치 국물이 튄 적이 있었다. 물티슈로 아무리 닦아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집까지 대중교통을 어떻게 타야 할지 난감했다. 다행히도 겉옷으로 입었던 셔츠의 단추를 잠가서 입는 것으로 민망한 상황을 피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식사 약속이 잡히면 되도록 진한 색의 옷을 입게 된다. 한 마디로 음식을 조금 흘려도 티가 잘 나지 않는 어두운 컬러의 옷을 매우 선호한다. 또 조금 밝은 색을 입어야 할 때는 겉옷을 하나쯤은 반드시 챙기게 되었다.  황당한 건 줄무늬 옷을 입으면 연한 색 부분에만 또 흘린다는 거다.


  속상한 건 시간이 갈수록 옷장 안에 입지 못하는 밝은 색 옷이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한 번 음식물이 튀었던 옷들은 부분 세척을 하고 세탁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아서 결국 입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늘었다. 옷장 안에는 결국 진한 색 옷만 남아 있게 되고 밝은 색 옷은 구입이 망설여진다.


   애초에 무언가를 먹는 방법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식탐이 많아서 그런 건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아직까지도 터득하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려 본다. 나의 칠칠치 못한 이 습관을 바꾸는 방법을 누가 좀 알려주시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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