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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Feb 03. 2023

오늘의 뉴스

긴급속보입니다.

어제 새벽 2시경, OO시의 한 아파트에서 진원지를 알 수 없는 특발성 지진이 감지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진도 1 정도의 약한 지진이 이어졌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진도 2에서 진도 4까지의 지진이 다수 발생하여 진원지 근처는 강하게 덜컹거렸으며, 급기야 강력한 진동으로 인하여 흔들린 침대는 근처에서 자고 있던 사람을 뱉어내기도 했습니다.


   지진은 강력한 코천둥과 번개 소리를 동반했으며, 약 1초간 온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기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지진은 대략 10초에 한 번 꼴로 발생하여 쉬지 않고 20여 분간 지속되었습니다.

   

   여진을 막아보려고 진원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붙잡고 고정시켜 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진동이 고정한 틀에 전달되어 심각한 두통과 2차 피해가 유발되었습니다.


   이에 기자는 진원지에서 벗어나 인근의 안전한 소파지대로 대피하였으며, 강력한 지진의 원인을 파악할 때까지는 당분간 대피상태를 유지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언제 다시 강력한 진동으로 인한 여진이 발생할지 몰라 몹시 긴장된 상황에서 지금까지 KCB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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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벽같이 출근한 남편은 그날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오후 3시쯤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니 클라이언트의 급한 요청으로 내일 아침까지 제출해야 할 보고서가 생겼고, 일을 마무리한 후에나 퇴근이 가능할 것 같아 오늘 안에 집에 못 돌아올 것 같다고 했다.


   팀장이 퇴사한 후 6개월이 넘도록 임시 팀장 역할을 맡느라 안 그래도 부담이 큰데, 사전에 충분한 업무 협의 없이 그런 규모의 일을 갑자기 무리하게 요청하는 클라이언트의 갑질에 일단 화가 났다. 안 그래도 인원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팀원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혼자 부담하려 할 게 뻔히 보여서 더욱 그랬다.


   결국 모든 업무를 끝내고 남편이 퇴근하여 집에 돌아온 것은 출근한 지 꼬박 32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 여파로 오후 내내 기절하듯 잠들었고, 내가 퇴근한 후에도 저녁 먹는 시간 외에는 거의 비몽사몽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잘 시간이 되어 침대에 누웠는데 남편은 이미 아주 깊이 잠들어 있었다. 평소에도 약간은 코를 골지만 그날은 유난히 코골이가 심했다. 또 생전 처음 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바로 온몸이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진동하고 있다는 거였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에이스 침대를 안 산 게 후회될 정도의 진동이었다. 한두 번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떨림은 20초 간격으로 20여분 가까이 이어졌다. 걱정도 되고 살짝 무섭기도 해서 어떻게든 제어를 해 보려고 나름대로 각고의 노력을 했다.

   

   흔들어 깨우면 혹시나 깜짝 놀랄까 봐 일단 살살 깨워 보았다. 반응이 없어 다음으로는 아예 온몸을 꾹 눌러서 떨리지 않고 못 움직이게 해 보았다. 여전히 통하지 않았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면 자는 도중에 저렇게까지 몸으로 나타날까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

   

   남편이 좀 넓게 편히 잤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 역시 계속 몸이 흔들리니 너무 어지러워서 도저히 옆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참아보아도 도저히 안 돼서 결국 포기하고 거실로 자리를 옮겨 잠을 청해 보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4시간도 채 못 자고 출근해야 했다. 본인은 자기가 그랬는 지도 잘 모르고 아주 푹 잤길래 왠지 억울해서 아침에 위에 쓴 뉴스 기사 형식의 글을 적어서 남편의 깨톡으로 보냈더니 답으로 머쓱해하는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그저 웃는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면장애의 몇 가지 증상 설명과 유사하게 보인다. 특히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수면을 계속 방해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많은 횟수의 일시적인 뇌파 각성을 경험하는 상태라고. 결과적으로 양질의 숙면을 못하고 낮에는 극도로 졸릴 수 있단다.


   피로도가 클수록 이런 증상이 빈번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니 너무 늦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수면다원검사도 받고, 정확한 건강상태를 파악한 후에 제대로 된 쉼과 깊은 렘수면을 누릴 수 있도록 옆에서 잊지 말고 챙겨주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지켜야 할 건 숙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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