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게 나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Feb 24. 2023

팩폭 대신 응원을 주세요

내 주변은 유난히도 나를 현실에 직면시켜 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히려 좀 이상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인데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짚어주는 건 때로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라 대안 없는 비난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게 원치 않는 팩트폭행이 넘쳐나는 이야기들만 듣다 보면, 어느새 자신다움은 사라지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맞춘 모습만이 진짜 내가 갖추어야 할 삶이라는 오해를 하게 된다. 그 결과로 스스로가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런 시선들은 사람을 자꾸만 작아지게 만든다.


   어린 시절 내가 혼자 환상의 나라에 살고 싶어 했던 그때만이라도 마음껏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 주었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남들이 정한 틀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모양이 삐뚤빼뚤 제멋대로여도 어딘가에서는 내게 딱 들어맞는 조각을 찾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의 모양을 어떻게든 구겨 넣고 잘라내서라도 사회에서 정해둔 기준과 틀에 맞추려는 사람이 가장 가깝고 소중한 가족이라는 것이 자라는 내내 너무 싫었다. 부모가 또 형제자매가 굳이 미리 베어내고 깎아내지 않아도 어차피 직접 부딪치며 배워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런 것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실수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진짜 가족이라면 자녀가 세상에 나가서 받게 될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저 지지해 주고 믿어주고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힘든 시간을 버텨내야 할 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건 혹독한 예행연습이 아니다. 사소하게 보이지만 언젠가 함께 나눈 뜨끈한 밥 한 끼, 먼저 내밀어 준 따뜻한 손, 힘내라고 지어 보이던 미소, 너를 믿는다고 말해주는 인정하는 말,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 결국 그런 것들이 삶을 버텨낼 진짜 원동력이 되어준다는 걸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배우지 않았던가.


매거진의 이전글 반신욕 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