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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Mar 16. 2023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주어진 사회의 암묵적인 룰에 따라 때가 되면 당연한 듯이 생애주기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급급한 채로 살아가다 보면, 종종 우리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타인들이 쫓아가는 것을 따라 살면서, 대충 만족하고 살아갈 수도 있다. 허나 자신만의 삶의 행복을 찾기를 원한다면 잠시 멈추어서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이 노래는 목적 없이 방황하며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사는 대로 사니? 가는 대로 사니? 그냥 되는대로 사니?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니가 진짜로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던 故 신해철의 곡이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까지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니?"라고 진지하게 물어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과는 상관없이 타인들은 쉽게 나를 판단하고 단정했다. 때로는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비난당하고 욕을 먹으며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기도 했다.

   

   요즘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다정하다. 바쁜 계절이다 보니 한동안 가만히 앉아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도서관 안팎으로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난다. 내가 정말로 원하던 풍경은 이런 것이었다는 걸 마음속으로 깊이 느끼는 순간이다.

   

   아직은 낯설 텐데 나에게 밝게 웃으며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아이,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려는 아이, 필요한 게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 존재감을 드러내려 일부러 어려운 책을 들고 와서 리만 가설을 아냐며 질문하는 아이. 자주 오지만 수줍어 인사 한 마디 잘 못 건네는 아이.

   

   잘 보이지도 않는 서가 구석에 들어가 속닥속닥 수다를 떠는 두 친구, 문을 살짝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들어가도 되나요?를 묻는 1학년 아이, 도서부를 하고 싶었는데 다음 주에 전학을 가야 해서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아이 등등. 그렇게 다양한 아이들이 내뿜는 개성 넘치는 오로라 같은 빛들의 향연에 자주 눈이 부신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신기하게도 지난 세월 동안 나를 묶어두었던 깊은 응어리들이 일순간에 모두 날아가버린 느낌이다. 마음이 여유를 되찾아서인지 사소한 일들에는 웃어넘길 줄 아는 너그러움도 장착하였다.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투덜댈 일이 많은 환경임에도 불평불만보다 감사한 일들이 마음에 먼저 남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인격적인 태도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준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인지 새삼 배우게 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놓치고 살았던 시간이 너무도 길었음에 아쉽다. 이제라도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나로서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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