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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Mar 24. 2023

6년 만의 수업

무려 6년 만이다. 아이들 앞에 서서 한 명 한 명의 눈을 맞추며 도서관 이용교육을 했던 것이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졌었다. 다시 그 자리에 선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면서 과연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약간은 두렵고 떨리기도 했다.


   수업에 활용할 PPT를 만들고 흥미를 유발할 다양한 장치들과 그림들을 넣고 빠진 것이 없는지 몇 번씩이나 꼼꼼하게 확인했다. 아이들이 3년 동안 학교도서관을 잘 이용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할 내용을 모두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책도 고를 수 있는 여유시간을 최소 10분가량 확보해야만 한다.


   내게 주어진 수업시간은 각 반별로 45분씩. 일주일에 걸쳐 도서관 이용교육을 진행했다. 반마다 분위기가 몹시 달라서 어떤 반은 세상 씩씩했다가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하고, 또 어떤 반은 리액션이나 반응이 거의 없기도 하다. 때로는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아져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도 한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많다 보니 빠르게 말하는 편인데 중간중간 아이들의 수업태도를 확인하며 질서를 잡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렇게 첫날 3교시, 5교시, 6교시 세 번의 수업을 마치고 나니 목소리가 반쯤 나갔고 저녁이 되니 급기야 뒤집어진 소리가 났다. 오랜만에 쉬지 않고 반복해서 말했기 때문인지 목에 꽤나 무리가 갔나 보다.


   사람의 몸이란 꽤나 적웅이 빠른 편이어서 수업 둘째 날에는 전날과 동일하게 3시간의 강의를 진행했지만 아이들이 심하게 떠들었어도 목소리는 멀쩡했다. 대신 체력과 에너지가 방전되었을 뿐 일단 적응하고 나니 날아갈 듯 즐겁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5년 전까지 근무했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10년이 넘도록 늘 하던 일들인데, 직전에 근무한 고등학교에서는 입시준비로 각 학급의 개별수업을 진행할 여유시간이 없었다. 결국 PPT를 만들어 영상으로 송출하고 학습지를 나누어준 후, 방송실에서 원고도 없이 목소리로만 해야 해서 너무도 어려웠다. 게다가 코로나가 닥치면서 대부분 온라인 교육자료로 대체되었기에 더욱 그랬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며 수업을 해야 반응에 따라 교육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데 얼굴을 못 보고 일방적으로 강의식 전달만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하는 것을 요 몇 년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동아리 활동수업이나 기초학력 배움 찬찬이 지도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해 왔지만 한 반씩 아이들을 제대로 만나는 느낌은 또 다르다.

   

   그렇게 꼬박 6년 만에 아이들 앞에서 다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서게 된 것이다. 무사히 이용교육이 마무리되었고, 지난 일주일 간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서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점점 작아져만 가던 자신감도 회복되었으니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동아리 수업과 1년 동안 매주 진행되는 방과 후 수업도 더 신나고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996년 개봉했던 고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쥬만지 1의 마지막 장면에서 들리던 소리처럼 박자에 맞추어 두근거리는 내 심장의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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