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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Mar 30. 2023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새 직장에서 근무한 지도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초반의 낯섦과 잔뜩 긴장해서 경직되었던 마음들이 풀어져 가는 중이다. 바쁜 업무 중에도 소소한 여유를 챙기면서 약간은 더 편안해지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얼마만큼의 관계를 맺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도 슬슬 파악하고 있다. 조심해야 할 사람은 물론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또 학생들과도 내 쪽에서 먼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중이다.


   생각해 보니 2023년을 시작하고 요 몇 달간 유독 새로운 만남이 많았다. 새로운 직장에서 만난 약 80여 명의 동료들과 900여 명의 학생들, 다정한 우주의 심화반 코스인 북극성에서 만난 열두 분의 글동무 샘들, 이미지 코칭을 수강하면서 만난 여섯 분의 49기 동기님들, 교회에서 가정교회(구역) 재편성이 이루어지면서 전혀 모르던 여덟 가정의 식구들이 3월부터 하나의 새로운 가정교회로 모이게 되었다. 지난 3개월간 무려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새로 만나게 된 셈이다.  


   일주일에 7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낯선 만남이 이어지다 보니 알게 모르게 긴장감과 피로감이 쌓이기도 한다. 그럴수록 내 기준의 판단을 내려놓고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람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좁고 편협했던 마음이 부드럽게 풀어지니 일상적으로 느끼던 불편함도 신기하게 많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만남 속에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들도 있고 내가 먼저 다가가게 되는 이들도 있다. 지금까지처럼 모든 만남과 관계가 자연스럽고 순탄하게 이어져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같이 근무하는 관리자들과 동료 선생님들에게 많이 밝아지고 더 예뻐졌다는 칭찬을 여러 번 들었다. 어제는 교장 선생님께서 “처음엔 어두워 보여서 조금 걱정했는데, 표정이 너무 환해져서 우리 학교랑 잘 맞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드네.”하고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했다. 동료 선생님 한 분도 3월 초엔 긴장감이 가득해 보였는데 지금은 편안해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마음 깊숙이 품고 있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지고 가뿐해진 것이 남들 눈에도 보이나 보다.


   만남의 첫 순간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단번에 되는 일이 아니다. 관계를 맺고 믿음과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상대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조금씩 보여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너무 달라 관계를 지속해 갈 수 없음을 깨닫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까지 잘 맞을 일인가 하면서 오히려 더 큰 호감을 품게 되기도 한다.


   한 달이라는 짧지만 길고 길지만 짧은 시간 속에서 경험했던 모든 만남이 다 좋은 관계로 이어지진 않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저 주어진 현재에 충실하게 매일을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 쭉 친하게 지내며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도 생기겠지. 지금의 내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배우고 새롭게 정의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남은 한 해의 시간도 좋은 이들과의 만남을 누리며 나답게 쭉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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