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하여 2

by Pearl K

*스크롤을 내려 1편을 먼저 읽고 난 후 2편을 읽어주세요.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지후의 발 밑이 푹 꺼지며 그녀는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고 느꼈다. 실제로는 뻥 뚫린 구멍 아래로 떨어졌던 거였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렇게 죽는 건가?' 떨어지는 동안 지후가 떠올릴 수 있었던 건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깊은 어둠, 정적만이 가득한 텅 빈 공간에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만이 동굴 전체를 울리듯 들려왔다. '내가 이미 죽은 건가? 여기는 천국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지옥인가? 아님 또 다른 사후세계인 건가.' 살며시 눈을 뜬 지후는 예상외로 밝고 넓은 공간에 자신이 있음을 깨달았다. '여긴 또 어디지?' 지후의 시야에 보인 곳은 사면의 길이가 같은 정방형의 방이었다.


바닥의 타일은 고동색과 아이보리색이 교차하며 격자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가장 바깥쪽 면에는 다양한 머리를 가진 석상들이 즐비했다. '나 이거 어디서 봤는데...?' 정말 그랬다. 그녀가 떨어진 곳은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영화에서나 보았던 거대한 체스판 위였다. '설마 이걸 풀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석상 아니 체스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킹 1개, 퀸 1개, 비숍 2개, 나이트 2개, 룩 2개, 폰 8개 총 16개의 검은색 체스 말이다. 각각의 말들은 체스판을 닮은 마름모꼴의 방 끝에 각자의 위치에 맞게 정렬되었다.

사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체스 선수로 활동하며 지역대회까지 출전해서 수상했던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십 수년이나 지난 일이었고, 예전에 본 판타지 영화에 따르면 수를 잘못 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지후는 스러져가는 기억을 쥐어짜 내어 보기로 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체스판은 플레이어의 우측 아래 코너에 밝은 색 정사각형이 위치하도록 놓는다. 방 전체가 체스판이라 제대로 된 위치를 잡으려면 일단 지후가 움직여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체스 말들이 움직이는 것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체스 규칙서---------

체스 말은 언제나 같은 위치에서 시작한다. 먼저 두 번째 랭크는 폰으로 채운다. 룩들은 각 코너로 배치하며 그 옆에 나이트, 비숍의 순으로 배치하고 퀸은 항상 본인의 색깔에 맞추어 비숍 옆에 놓는다. 그리고 남은 자리에 킹을 배치한다.

하나의 말은 다른 말을 통과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이트는 유일하게 다른 말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 같은 편의 말이 있는 자리로는 갈 수 없다. 그러나 상대방의 말이 있는 자리로 이동할 수는 있으며, 이 경우 상대방의 말은 따먹히게 된다. 말들은 일반적으로 상대방 말을 잡을 수 있는 자리로 이동하여 그 말을 대체한다.

체스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나의 말을 방어할 수 있는 자리, 혹은 게임의 중요한 위치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리로 지혜롭게 이동해야 한다. 대신 여기에는 복병이 있다. 각각의 체스 말이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1. 킹은 체스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지만, 가장 약한 말 중 하나이다. 킹은 위, 아래, 양옆, 대각선으로 어느 방향이든 한 칸씩 이동할 수 있다. 킹은 스스로 잡힐 수 있는 체크메이트 위치로 이동할 수 없고, 킹이 다른 체스 말에게 공격을 받을 때 이를 "체크"라고 한다.


2. 퀸은 가장 강력한 말이다. 일직선으로 앞, 뒤, 옆, 대각선 어떤 방향이든 원하는 만큼 이동할 수 있다. 단, 본인의 다른 말을 뚫고 갈 수는 없다. 그리고 다른 말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말을 잡게 되면 수가 종료된다. 룩은 원하는 만큼 움직일 수 있지만 앞, 뒤, 혹은 양옆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룩은 둘이 서로를 보호하며 협동할 때 특히 강력해진다.


3. 비숍은 원하는 만큼 이동할 수 있지만, 대각선으로만 가능하다. 각 비숍은 밝은 칸이든 어두운 칸이든 한 가지 색에서 시작하고, 항상 시작된 그 색으로만 다닐 수 있다. 비숍들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기 때문에 협력하기 좋다.

4. 나이트는 다른 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동한다. 나이트는 한 방향으로 두 칸을 이동하고 난 후 90도 직각을 이루는 방향으로 한 칸 이동하여 "L"자 모양으로 움직인다. 나이트는 말 중 유일하게 다른 기물을 뛰어넘을 수 있다.


5. 폰들은 일반 이동과 다른 말을 잡을 때의 이동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특이하다. 폰의 일반 이동은 앞으로 가며, 다른 말을 잡을 때는 대각선으로 이동한다. 폰은 한 번에 한 칸만 앞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처음으로 움직이는 폰은 두 칸을 이동할 수도 있다.

6. 폰이 다른 말을 잡을 때는 대각선으로 한 칸 앞에 있는 상대 말만 잡을 수 있다. 폰은 절대 뒤로 이동하거나 뒤에 있는 말을 잡을 수 없다. 또 폰 바로 앞에 다른 말이 있을 경우 그것을 뛰어넘거나 잡을 수 없다. 폰에게는 다른 말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상대편 영역으로 넘어가면 다른 역할의 말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폰은 주로 퀸으로 변신하곤 한다. (출처: 체스닷컴 참고)




머릿속에 영화처럼 체스규칙이 떠올랐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기에, 지후는 예전에 체스 게임을 해오던 감각을 어떻게든 생생하게 되살려야 했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첫 수는.상대방인 백부터 시작이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대결이라 지후는 더욱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색 폰이 직선방향으로 두 칸을 움직였다. 이제 지후의 차례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온 신경을 집중하고 검은색 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짝바짝 피를 말리는 게임의 시간이 지나고 지후는 체스 게임 첫 번째 판을 다행히도 따낼 수 있었다. 이어 시작된 두 번째 판은 아쉽게도 상대가 승리했다. 드디어 마지막 판, 이번에 지게 되면 영영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조용히 셀프 응원을 하며 꼭 이기겠다고 다짐한 지후는 마. 침. 내. 마지막 세 번째 판에서 승리하여 2대 1로 게임을 완전히 이겼다. 지후의 승리가 확정되자 체스판 모양의 방이 그대로 위쪽을 향해 솟아올랐고, 깜짝 놀란 지후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때, 남아 있던 체스 말들이 볼링공에 맞은 볼링핀처럼 우르르 바닥 아래로 떨어졌다.


솟아오른 방은 5m쯤 위로 올라가더니 솟아올랐을 때처럼 갑자기 멈췄다. 방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지후는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지후가 서 있는 뒤편에는 저 깊은 곳까지 이어진 철제로 만들어진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 다리는 분명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다음 단계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지후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미지의 어딘가를 향해 또 발을 내디뎠다. 철제 다리에 올라서자마자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 부분의 무빙워크가 작동되기 시작했고, 그녀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빠른 속도로 길이 움직여 지후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스며 들어갔다.


To be continued...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