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퇴근길이었다. 평소처럼 주차하고 습관적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도착했고, 땡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기다란 복도식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져 있고, 지후의 집은 오른쪽 끝 집이다.
익숙하게 방향을 틀려던 지후는 왼편에서 무언가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게 뭐지?’ 궁금함에 가려던 곳 대신 반대쪽으로 몸을 틀어 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다가갔다. 신기하게도 빛에 가까워질수록 마치 그녀를 끌어당기려는 듯 빛은 더욱 강해졌고, 한 걸음 더 내디딘 순간 지후의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지후는 어느 낯선 들판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대로 있을 순 없으니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주변은 그녀의 키만큼이나 자란 풀들로 가득했다. 조금 두렵긴 했지만 ‘죽기밖에 더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지후는 풀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노력한 덕분에 다행히 풀숲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지후가 도착한 곳은 야트막한 언덕 위였다. 마을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쪽.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은 놀라웠다. 마을이나 도시를 찾으리라고 기대했지만 그야말로 사방이 시퍼렇게 날 선 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아의 홍수 시대도 아닐 텐데 보이는 건 온통 망망대해뿐이었다.
막막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해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지후는 알지 못했다.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마법사와 마녀들이 사는 오즈로 떨어진 도로시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민하던 지후는 풀숲의 반대편으로 가 보기로 했다. 혹시 반대편에는 물 대신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다시 한참이나 풀숲을 지나가던 지후는 자신이 깨어났던 자리에 도착했다. 어디에서 났는지 모르지만 그곳에는 희미한 빛을 지닌 펜던트가 떨어져 있었다. 작은 희망을 갖고 펜던트를 주워 든 그녀는 반대방향을 향해 또 길을 나섰다. 마침내 끝이 보였다. 풀숲 반대편은 어둡고 깊어 보이는 동굴 앞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희미하게 빛나는 펜던트를 안고 지후는 용감하게 동굴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순간 검은 새 한 마리가 날아들더니 그녀의 품에 있던 펜던트를 낚아채 달아났다. "아!! 안돼!! 야!!! 그거 돌려줘!!!" 캄캄한 동굴 안에서 까만 새를 찾긴 힘들었지만, 대신 지후는 흔들리는 펜던트의 불빛을 쫓아 달렸다.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지후의 발 밑이 푹 꺼지며 그녀는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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