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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우주와 세계의 재판관으로서 나는 윤지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죄에 대해서는 1,000건당 화살 1개씩을 맞고 선한 일에 대해서는 100건당 지름 10cm의 방패를 제공한다. 주어진 방패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다 막아내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윤지후를 다시 벌하지 않겠다.”
말을 마친 재판관은 판사봉을 들어 바닥을 세 번 쿵쿵쿵 내리쳤다. 판사봉이 바닥을 한 번씩 칠 때마다 공간 전체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위이잉 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계음 같은 것이 들려오더니, 안내방송이 들렸다. "지은 죄의 기준에 따라 발사할 개수만큼의 화살을 자동 장착합니다."
100개 단위의 화살통 수백 개가 커다란 벌집과도 같은 모양의 띠를 따라 정해진 위치마다 철커덕거리며 이동하더니 동시에 장착되었다. 화살통 장착이 완료되자 잠시 후, 두 번째 안내방송이 들렸다. "선한 일의 기준에 따라 방패 보호막을 작동합니다."
지후의 심장 앞쪽부터 시작하여 반은 투명하고 반은 불투명한 지름 10cm의 팔각형 형태로 생긴 보호막에 한 칸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다지 착하게 살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전체 보호막의 면적 중에서 불이 들어와 있는 범위는 너무도 작고 하찮을 정도였다.
“죄의 값 화살 장착 완료”, “선한 방패 보호막 작동 완료”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재판관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머릿속이 그대로 하얘졌다. 입 밖으로는 차마 꺼내지 못하고 그저 혼자 떠올린 답답한 마음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잘 들었다. 할 말은 그것뿐인가?” 재판관이 말했다. 여기서는 생각하는 것도 말처럼 들을 수 있다는 걸 깜빡했다. 지후는 체념한 듯 "네. 더 이상은 없어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판결에서 정해진대로 시행하겠다." 현재 지후는 강력한 자석에 몸이 딱 달라붙어 있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저 보잘것없어 보이는 규모의 보호막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화살을 전부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발사!” 공기를 가르며 바람을 타고 화살이 일제히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지후는 절망적인 마음에 '제발 도와주세요.'를 되뇌며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대로 끝일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주위가 조용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화살이 몸을 꿰뚫는 고통이 너무 클까 봐 두려웠는데, 신기하게도 그녀에게는 단 한 개의 화살도 꽂히지 않았다.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뜨자 상상도 못 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눈앞에는 번쩍번쩍 빛을 내며 사방으로 뻗은 거대한 보호막이 펼쳐져 있었다.
분명 지후가 행한 선한 일에 의해 보호막의 불이 켜졌던 범위는 그녀의 몸을 절반도 가리지 못했었다. 그것과는 정반대로 지금은 보호막에서 불이 켜지지 않은 곳을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수백만 개의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번쩍이는 보호막의 불빛이 사방에서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또한 지후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은 모두 다 새로운 보호막에 의해 튕겨져 날아가고 있었다.
지극히 절망적인 상황을 앞두고 그녀가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 그건 어린 시절부터 다녔던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지만, 그녀가 부른 이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놀라운 힘이 있어서 불완전하고 보잘것없던 그녀의 보호막 대신 거대한 보호막 전체를 한 점의 빈틈도 없이 완전하게 채워주었다.
지후는 그 안에서 완벽하게 안전했다.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순식간에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슨 감정인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에 가까웠다.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다가 다시 생명을 얻은 것에 대한 설명할 수조차 없는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날아오던 화살들도 자취를 감추었고, 그녀를 강력하게 접착하고 있던 자석의 힘도 사라졌다. 힘없이 허공으로 떨어져 내리는 그녀를 정의롭고 따스한 팔이 감싸 안고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는 것 같았다.
그동안 몸 고생, 맘고생에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고 생사의 위기를 오가느라 지치고 힘들었던지, 따스한 품이 더해지고 나니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하고 편안한 잠이었다. 그 어떤 꿈도 꾸지 않고 너무도 평온한 상태로 잠든 지후를 누군가가 따스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the last epis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