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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

by Pearl K

지난주에 방송된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편에서 송네피오르를 보기 위해 출연진들이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인 25.4km의 레르달 터널을 지나가는 게 나왔다. 산을 우회해서 갈 때는 3시간 30분이 넘게 걸리던 길이 이 터널 하나로 20분으로 단축되었다고 했다.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던 건 긴 터널의 중간에 불빛이 바뀌는 구역이었다. 관련 내용을 윤균상이 찾아보았는데, 이 터널이 너무 길기에 설계할 때 여러 각도에서 고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먼저 반복되는 풍경이 단조롭지 않도록 터널을 깎으면서 깎아낸 부산물을 길가에 다양한 형태로 붙여 넣어 울퉁불퉁한 느낌을 구현했는데, 암석들의 형태와 높낮이가 다르니 지루하지 않은 풍경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 이 터널을 지나는 운전자를 위해 심리전문가와 함께 설계한 특별한 공간들이 있었다. 전체 터널의 불빛이 달라지는 구간이 바로 그것이다. 까만색에서 시작하여 파란색으로 다시 검은색으로 뒤이어 푸른빛으로 구간마다 불빛의 색이 달라지는 게 신기했다.

이것이 바로 운전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터널 중간중간에 넣은 조명이라고 한다. 특히 동틀 무렵의 새벽 느낌을 주는 색감으로 캄캄한 터널 사이사이에 기분전환과 터널이 곧 끝날 거라는 희망을 건네주는 불빛이었다.


한 모임에서 이 터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임 리더분이 수년 전, 큰 아이가 고등학생일 때 온 가족이 이곳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해서 신기했다. 특히 캄캄하고 어두운 터널을 운전하며 너무 졸리기도 하고 힘드셨단다.

결국 터널의 중간쯤에 둥글고 넓게 확보된 졸음쉼터 같은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고 하셨다. 며칠 전 방송에 나온 것처럼 캄캄한 터널에서 파란 불빛 구간으로 바뀔 때마다 왠지 터널 끝이 멀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있다 보니 한 번씩 지치고 갑갑할 때가 생긴다. 너무 좌절해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특히 지난주는 정말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틈틈이 건네주시는 위로가 있다.

어젯밤 자기 전에 기도하면서 소망을 주셨으면 응답을 해주시지 더 이상은 지쳐서 못 버티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근데 오늘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분을 통해 포기하려 했던 소망을 독려받았다. 여전히 한 치 앞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햐게 살아가보려고 한다.

우리가 통과하는 인생의 고난이 구덩이나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어두워 보이는 길이지만 계속 가다 보면 곧 다가올 터널의 끝에서 환한 빛을 받아 터널 안까지 밝게 빛날 그때가 올 테니까 말이다.


이 기다림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빛이 보일 그날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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