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편의 미드를 보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멘탈리스트를 꼽게 된다. 수사물이나 스릴러를 꽤 좋아하는 데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멘탈리스트에는 가짜 영매로 사기를 치다가 연쇄살인범인 레드존에게 가족을 잃은 후 경찰의 고문 역할을 하며 진짜 레드존을 찾으려는 남자 패트릭 제인이 등장한다.
사이먼 베이커가 연기한 패트릭 제인이 재미있는 것은 아주 뛰어난 관찰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놀라운 관찰력을 활용하여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진짜 영매라고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는 라이투미가 있는데, 라이투미가 조금 불친절하다면 멘탈리스트는 좀 더 친절한 느낌이랄까.
스릴러물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으며 본 드라마는 멘탈리스트가 처음이자 거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이 드라마를 통해 사이먼 베이커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제인 역을 찰떡 같이 소화해 주어서 호감을 느꼈고, 그 이후에 몇 번 그의 작품들을 더 찾아보기도 했다. 최근 OTT 서비스를 뒤져보다가 2001년에 사이먼 베이커가 주연한 3개 시즌 총 67부작의 새로운 드라마를 발견하여 정주행 하게 되었다.
드라마의 제목은 가디언으로 사이먼 베이커는 니콜라스 펄린이라는 이름의 변호사로 등장한다. 닉 펄린은 아버지가 유명한 변호사에 잘 나가는 로펌을 운영하고 있고,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감당 안 되는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코카인이나 합성마약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긴다. 원래는 중범죄라 실형을 살아야 하지만 법조계에서 힘이 있는 아버지가 뒤에서 손을 써 준 덕분에 보호관찰 조치를 받게 되고, 실형 대신 변호사라는 직위에 맞게 무료 법률 서비스에서 아동들을 변호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드라마는 수많은 가정과 아이들의 상황을 등장시켜 미국의 입양시스템을 보여주면서 닉 펄린이 아이들을 무료로 변호하고 무료법률시스템에서 열정적인 다른 변호사 앨빈, 루루, 제임스 등을 만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실 엄청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입양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궁금증과 관심이 있고 사이먼 베이커라는 배우에게 관심이 있어 끝까지 꾸역꾸역 보았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미국 내 입양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존에 알던 지점들을 더 많이 깨달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입양 시스템이 어떤지도 궁금해졌다. 또 아이를 위해 가장 최선인 것을 찾아주고자 하는 변호사와 사회복지사의 꾸준한 노력이 그려지는 점이 특별히 좋았다.
20년 전 작품이지만 현실과 다르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학대와 방임, 폭력 등의 이유로 혹은 경제적인 문제로 원가정에서 살 기회를 빼앗기는 아이들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이라며 인구절벽을 논하기 전에 이미 태어난 아이들,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과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이 작품에서 아이들을 케어하는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