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초능력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나도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일급B밀 인데 누구도 모르는 초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어린 시절 보던 만화들은 평범한 사람보다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내 이름은 밍키, 천사소녀 새롬이, 시간탐험대, 독수리 오 형제 등등 수많은 만화들에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특출 난 인물들이 존재했다.
그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평소에는 평범해 보이는 신문사에서 일하는 한 남자가 안경을 벗고 슈퍼맨으로 변신해 하늘을 나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사실 내게는 초능력 같은 건 눈을 씻고 봐도 존재하지 않고, 아주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초능력을 향한 동경은 멈추지 못했다.
결국 난 현실 대신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초능력 대리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편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초능력을 다룬 거의 모든 미드와 영화를 다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국영화나 미드 등을 통해서는 그렇게도 흔하게 볼 수 있던 능력자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 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류승룡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염력'이나 윤계상 배우가 주연이었던 '시간이탈자' 정도일까. 그런데 지난 9월 8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품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드디어 공개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빙은 웹툰계의 시조새 격인 강풀 작가가 미스터리심리썰렁물 일명 미심썰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으로 그렸던 웹툰 작품으로 미심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타이밍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타이밍에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자인 영탁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무빙은 처음에는 영탁의 이야기에서 연결되는 외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이번 무빙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극본의 각색을 맡아 이제까지 영화화되었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원작의 퀄리티를 최대한 충실하게 재현해 내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던 시기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CG로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난 만큼 무빙 속에서 보여준 초능력을 어떻게 구사할지가 굉장히 관심을 끄는 지점이기도 했다.
막상 드라마화된 무빙을 보니 일단 선공개된 1~7화까지는 봉석(이정하), 희수(고윤정), 반장 강훈(김도훈) 그리고 학교와 관련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8~9화 까지는 봉석의 부모님인 김두식(조인성)과 미현(한효주)의 이야기를, 10~11화까지는 희수의 부모님인 장주원(류승룡)과 황지희(곽선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주에 공개된 12~13편에서는 부모님들의 러브스토리에 이어 가족이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줬고, 이번주에 공개된 14~15편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강훈의 아버지(김성균)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공개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이름을 적은 배우들 외에도 문성근, 김희원, 류승범 등 정말 쟁쟁한 배우들이 잔뜩 있는 데다가 원작 자체가 탄탄하다 보니 매주 설레며 보고 있다.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작품의 가장 깊은 곳에서 흐르는 정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는 가족과 그것을 빼앗으려는 세력들 간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도구로만 보는 문화가 팽배해져 가는 시대에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무빙은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게다가 무빙 드라마를 보는 순간 웹툰 원작을 찢고 나온 것 같은 봉석이에게 반해버려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정하 배우 실제로도 너무 귀엽고 멋있던데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저런 귀여운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제 연애세포는 다 죽었나 보다.
아직 무빙은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16~20화가 남아있다. 남은 회차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또 들려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한때 슈퍼히어로를 꿈꾸며 자주 들었던 노래 이승환의 '슈퍼히어로' 가사 중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기회가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들
보물을 찾아 떠나자
진정 원한다면 얻을 수 있어
발사 Superpower!
그들만의 필살기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