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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누구인가

by Pearl K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사오니, 드라마를 다 보지 않으신 분은 다 보신 후에 읽으시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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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나를 설레게 하던 무빙 시즌1이 끝났다. 아직 나는 봉석이를 보낼 준비가 안 되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무빙 작품에 대한 해외리액션을 우연히 발견했다.


아름답고도 즐거운 알고리즘의 혜택에 감사하며 무빙을 1편부터 다시 감상하는 마음으로 해외리액션 편을 보기 시작했다. 한편당 소요시간은 30분 내외. 이제 그만 봐야지 하고 일어서려 했지만 머리가 마음을 이기지 못해 다시 주저앉았고 그렇게 10편까지 쭉 해외리액션 영상을 통해 무빙 복습타임을 가졌다.


해외 유튜버들의 리액션에 K-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차오르고 있을 무렵, 그저 스쳐 지나갔던 등장인물 한 명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는 배역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방금 전 관람을 마친 20회에서 내뱉은 그녀의 등장과 대사가 몹시도 충격적이었기에 더욱 새삼스러웠다. 수상한 그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방금 전 본 영상들을 리마인드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첫 등장씬은 장희수(고윤정)가 정원고로 전학오기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부터 시작한다. 소년심판, 우리들의 블루스, 악귀 그 외의 수많은 작품들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의 심달기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신혜원, 장희수와 같은 반에 전학 와서 딱 봐도 비싼 옷과 학용품을 사용하며 일진들이 괴롭히는 주 타깃이 된다.


계속 괴롭힘 당하면서 물건도 다 빼앗기고 몇 달간 어떤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신혜원(심달기)을 보면서도, 부모님을 위해 참고 참고 또 참았던 희수는 한계점에 도달하고 폭발한다. 전설적인 17대 1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희수는 스스로의 능력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고, 학교폭력으로 퇴학을 당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고3 때 전학을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그동안 쌓아둔 자신의 내신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기부 작성도 문제다. 담임선생님 외에도 학생에 대해 잘 아는 교과선생님께 생기부 작성을 부탁해야 입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되도록 다니던 학교에서 대입까지 쭉 마무리하기 마련이다.


그 어떤 학교도 퇴학당한 희수를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유일하게 허락해 준 학교가 정원고등학교였다. 희수와 장주원(류승룡)은 그렇게 강훈이와 봉석이가 다니고 있는 정원고로 오게 되었던 것이다. 더 이상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난다. 희수가 봉석이와 꽁냥 거리며 친밀감을 충분히 쌓아갈 무렵, 문제의 그 여학생 신혜원은 희수의 뒤를 따라오기라도 한 듯 다시 정원고로 전학을 온다.


드라마를 절반이라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정원고등학교는 평범한 고등학교와는 거리가 멀다. 국가정보원의 비밀작전으로 특별한 능력을 지닌 다음세대를 발굴하기 위한 장기프로젝트로 운영 중인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코를 킁킁거리는 교장부터, 담임 최일환(김희원), 부담임(전석호) 하다못해 수위아저씨(김종수)까지 모두 국정원의 요원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전학 온 여학생 신혜원은 오늘도 꽁냥 거리며 점심을 먹고 있는 희수와 봉석이 사이에 눈치 없이 혹은 일부러 끼어든다.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냐고 묻는 희수에게 혜원은 이렇게 대답한다. "어, 수위 아저씨한테 인사 좀 드리고 오느라.." 처음으로 전학 와서 굳이 수위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러 다녀왔다는 것에서부터 신혜원이 우리가 인지하는 평범한 학생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농구대가 떨어지는 사고가 나기 전 희수가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의 장면을 보면 나사가 꽤 헐거워져 있지만 툭 친다고 떨어질 정도의 위험한 상황은 아님을 볼 수 있다. 또 사고가 나기 직전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체육관에 다녀갔음을 화면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 농구대 사건의 범인은 신혜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에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 갈 수 있었던 인물은 많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의심되는 점은 신혜원 역시 능력자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수위 아저씨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농구대를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지도록 해놓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희수가 높이뛰기 터치를 위해 점프했을 때, 농구대 근처 아래쪽에 앉아 있던 신혜원은 알고 있었음에도 희수가 점프하는 것과 동시에 한 템포 느리게 경고를 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일을 작성하고 공개하지 않는 담임 최일환. 국정원에서는 농구대 추락 사건으로 희수와 강훈, 봉석의 능력까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기에 원하던 정보를 충분히 얻은 셈이다. 그 이후 신혜원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를 다시 본 것은 무빙 시즌 1을 마무리하는 큰 사건이 끝난 후, 국가정보원 안에 있는 민용기 차장의 방에서였다. 민 차장의 방에 들어간 그녀는 국정원 요원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민차장을 향해 무려 반말을 시전 한다. "야! 민용준! 너 일 똑바로 안 할래?!!!"


대통령도 두려워하지 않고 단독작전을 수행하는 민용준, 민 차장에게 반말을 하는 것 자체가 민차장보다 윗사람이라는 건데, 대체 그녀는 누구일까? 아쉽게도 무빙 시즌 1을 마무리하면서 신혜원의 실체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그녀 역시 더 이상 3인방의 눈앞에 등장하지 않기에 혜원의 정체는 시청자들에게는 큰 미스터리로 남았다. 시즌 2에서는 혜원의 진짜 정체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인가.


ps: 전학가는 영탁이 장면 끝까지 얼굴을 안 보여줘서 더 좋았다. 그녀의 정체는 강풀 웹툰 브릿지에 자세히 나와있었음. 이제 히든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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